[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쑨양(27·중국)이 자유형 1500m 3연패와 더불어 첫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던 지난 24일, ‘1등’만 기억하지는 않았다. ‘2등’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응웬 후이 호앙(18·베트남)은 놀라운 역영을 펼쳤다. 750m 지점부터 맨 앞에 있었다. 처지지 않았다. 1250m 지점을 통과했을 때도 중간 선두였다.
마지막 250m 레이스에서 쑨양의 스퍼트에 밀렸으나 응웬 후이 호앙이 중후반까지 쑨양과 대결을 벌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최종 기록은 15분01초63. 쑨양(14분58초53)과는 3초10 차이였다.
↑ 응웬 후이 호앙은 베트남 수영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이상철 기자 |
응웬 후이 호앙의 레이스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했다. 베트남 자유형 1500m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전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기록(15분20초10)보다 무려 18초43이나 단축했다. 그리고 베트남 수영 역사상 첫 번째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베트남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응웬 티 안 비엔(22)이 여자 배영 200m 및 개인혼영 400m에서 메달을 따기 전까지 ‘수영 불모지’였다. 그리고 응웬 티 안 비엔의 두 메달 색깔은 동색이었다.
응웬 후이 호앙은 나흘 전에도 자유형 800m에서 쑨양, 다케다 쇼고(23·일본)에 이어 3위로 터치 패드를 찍어 동메달을 땄다. 7분54초32로 이 또한 베트남 최고 기록이었다.
베트남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10명의 수영선수가 참가했다. 메달은 응웬 후이 호앙의 목에 걸린 두 개가 다였다.
아쿠아틱 센터의 믹스트존도 바빴다. 평소 일본, 중국 선수 중심이었던 곳에 새로운 공기가 불었다. 응웬 후이 호앙은 가슴 벅찬 표정이었다. 꿈같은 현실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째 메달이라니,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응웬 후이 호앙은 자카르타와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자카르타가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 경기 전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경기 사이사이 아쿠아틱 센터에 울려 퍼진 음악이 유독 내 귀에 좋게 들렸다”라며 웃었다.
쑨양의 4연패를 저지했다면 금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었다. 그러나 욕심이나 망상이라는 걸 알았다.
매일 20km를 헤엄치며 훈련했던 응웬 후이 호앙은 “쑨양은 정말 강하다. 그가 (막바지)속도를 끌어올릴 것이에 내가 선두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라며 “쑨양과 대면했을 때 압도됐는
토마토를 먹으며 건강을 관리한다는 응웬 후이 호앙은 “매일 나를 되돌아보고 있다.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리면서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응웬 후이 호앙의 목표는 올림픽에 나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