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포스트시즌 때 내 얘기로 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SK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의 이별선언은 역시 그다운 방식대로 이뤄졌다.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둔 SK는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힐만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한 것이었다.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전달받았을 때 그 이유를 추측해봤지만, 이유는 몇 개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힐만 감독은 “올 시즌 이후 인천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 SK와 계약한 힐만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 바로 올 시즌까지다. 한마디로 감독이 먼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 13일 오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2018 시즌 최종전에서 LG가 9회 짜릿한 역전승으로 정규리그 유종의 미를 거뒀다. LG는 0-2로 뒤지던 9회 초에서 이형종의 역전타로 승부를 뒤집어 3-2로 승리했다. SK 선수들이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힐만 SK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놓는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힐만 감독은 올 시즌 SK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을 했고, 플레이오프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시리즈도 치러야 한다. 물론 힐만 감독이 포스트시즌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아니다. 임기를 마치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규시즌을 마치는 시점에 힐만 감독이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지극히 힐만스타일이었다. 힐만 감독은 11년전인 2007년 일본 닛폰햄 파이터스 감독 시절에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충격이 컸다. 2003년부터 닛폰햄 사령탑에 부임해 홋카이도로 연고 이전을 한 2004년부터 힐만 감독은 닛폰햄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2006년에는 닛폰햄을 25년 만에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44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기까지 안겼다. 2007년에는 닛폰햄의 퍼시픽리그 2연패를 이끌었다.
당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 감독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구단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홋카이도의 닛폰햄 팬들은 물론 당시 닛폰햄 소속이었던 이나바 아쓰노리(현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 재일교포로도 잘 알려진 모리모토 히초리(한국명 이희철)도 감독의 결정에 비겁하다고 했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가족 때문이었다. 힐만 감독은 2005년 중반 모친상을 당해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자녀들의 학업 문제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힐만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하나님, 다음은 가족, 그 다음이 일이다”라며 “10년 전에는 애들 때문에 그랬지만, 이번에는 부모님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하셨는데, 올해 84세시다. 새어머니가 올해 초 넘어져 옆구리를 다치셨고, 그 과정에서 알츠하이머에 앓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자세히 알아보니, 알츠하이머에 앓고 계신 분들보다 간호하는 배우자가 먼저 사망할 확률이 60%라고 하더라. 한국은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부모님을 케어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지난해 말 힐만 감독의 부인도 큰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 감독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힐만 감독은 “이미 일본에서 경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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