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선수’ 장학영(37)의 마지막 공식 경기는 2017년 10월 14일 K리그2 성남-안양전이었다. 후반 46분 교체 투입돼 아주 짧은 시간을 뛰었다.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안기며 성남을 대표하는 선수였지만, 은퇴식도 없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장학영은 축구화를 벗을 때보다 더 널리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름에는 프로축구선수가 아니라 ‘피의자’가 따라 붙었다. 그는 지금 구치소 안에 있다.
장학영은 새 인생을 잘못 설계했다. 그 길은 애초 잘못 놓여 있었다. 그의 지인은 현역 시절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을 수차례 해왔다. 상습적이었다. 돈을 탕진해 후배의 돈까지 손을 댔다.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갚을 능력은 축구 실력만큼 좋지 않았다.
↑ 장학영은 성남 시절 주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는 아니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결국 장학영은 금기사항까지 건드렸다. 그는 딱 한 번 승부조작을 제의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한 번조차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추석 연휴가 며칠 안 남은 9월 21일, 장학영의 제안을 받은 A선수는 교육 받은 ‘매뉴얼’대로 일언지하에 거절한 후 구단에 신고했다. 그리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장학영을 긴급 체포했다.
장학영은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입단 3년차, 국가대표까지 발탁돼 A매치 5경기를 뛰었다. 그는 앞길이 캄캄하다고 느꼈을 젊은 축구선수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였다. 누군가는 그를 바라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배의 앞길을 열어주지는 못할망정, 막는 못난 선배가 됐다. 7년 전 승부조작의 태풍이 K리그 판을 뒤흔들었을 때의 못난 선배들처럼. 축구인이 지키고 가꿔야 할 터전은 쑥대밭이 됐다. 탁한 윗물이 아랫물을 흐리게 만든다. 자연의 섭리다.
그 또한 그 시기를 겪었던 한 명이었다. 한솥밥을 먹었던 최성국, 김동현 등이 잘못된 길을 걸었던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장학영이었다. 학습효과는 없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검은 유혹을 뿌리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 앞장서서 ‘거래’를 제안했다.
건전하고 공정해야 할 스포츠의 세계다. 승부조작은 병들게 하는 ‘암’과
한때 K리그를 대표했으며, 후배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선배는 솔선수범하지 않았다. 다른 의미로 후배에게 선례를 남기게 됐다. 절대 배워선 안 될 ‘악’으로.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