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천안) 이상철 기자]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는 가장 인기 있는 태극전사다. 그를 보러 수많은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가 피치 위에 서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경기 전 훈련, 그리고 하프타임 때가 다였다.
이승우는 16일 파나마전에도 결장했다. 네 장의 교체카드를 썼던 12일 우루과이전보다 두 장을 더 사용했지만 이승우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9월 11일 칠레전부터 A매치 3경기 연속 결장이다.
인기와 달리 벤투호에서 입지는 크지 않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매치 데뷔 무대였던 9월 7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바뀌어 7분을 뛴 게 전부였다. 그 경기는 이승우의 A매치 7경기 중 최단 시간 출전이다.
↑ 이승우는 벤투호에서 7분만 뛰었다. 그리고 파나마전까지 3경기 연속 결장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승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골을 터뜨리며 금메달을 안겼다. 16강 이란전(1골), 4강 베트남전(2골), 결승 일본전(1골) 등 주요 경기마다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벤투호 내 경쟁에서는 밀린 인상이 강하다.
2기 명단 25명 중 1초라도 뛰지 않은 선수는 이승우를 비롯해 이재성(홀슈타인 킬), 이진현, 김승대(이상 포항 스틸러스),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박지수(경남 FC),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7명이다.
장거리 비행으로 한국에 온 유럽파 중에서는 이승우와 이재성, 2명이다. 이재성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우루과이전 후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했다. 이승우는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원칙을 중시한다. 지난 4경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벤투 감독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구상에 이승우는 베스트11이 아니다.
‘팬 서비스’ 차원이라도 이승우를 조커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벤투 감독은 다른 카드를 꺼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그런 지도자’가 아니라고 했다. 철두철미하게 세워둔 계획에 따라 실행한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칠레전의 마지막 교체 카드로 이승우가 아니라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을 투입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이용(전북 현대) 때문이라며 전술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한 달 후 벤투 감독은 이승우의 3경기 연속 결장과 관련해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가 투입됐기 때문에 못 뛰었다. 이승우가 아닌 다른 선수를 택한 것은 더 능력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담담하게 자신의 현주소를 바라봤다. 스스로도 밀려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문제는 감독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파나마전을 마친 후 만난 이승우는 “(경기에 못 뛰니)당연히 아쉽다. 나 역시 뛰고 싶다. 그러나 축구의 일부다. (선수 기용은)감독님의 권한이다. 내가 (소속팀에 가서)더 성장해 돌아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선수기용 폭은 제한적이었다. 주전은 거의 굳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승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은 내가 더욱 노력해 성장해야만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내년에는 홈에서 이승우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사진=천정환 기자 |
이승우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벤투 감독은 1기와 2기에 모두 뽑힌 선수에 대해 앞으로도 연속성을 두고 발탁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승우는 소집 명단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또한, 11월 A매치에는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협의에 따라 손흥민이 제외된다.
이승우는 “지금은 내게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벤투)감독님께서는 더욱 공격적이고 빠른 축구를 추구하고 계시는데, 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승우는 자신을 응원하는 축구팬에게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