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가 18일 신임 단장으로 이숭용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야구기자 30년,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숭용 단장에겐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kt 구단에 ‘과연 이 선택밖에 없었냐’고 묻고 싶었다.
아마도 kt는 선수출신 단장을 내세워 나름 성공을 거둔 한화 이글스나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한다. 창단 이후 3년 연속 꼴찌에 올해는 가까스로 9위. 순위는 둘째 치고 창단 5년 동안 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해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확보해 유망주를 스카우트했지만 육성은 제자리걸음이다. FA 영입이나 트레이드에서 단견을 노출해 팀 전력강화에 실패했다.
↑ 이숭용 신임 kt 위즈 단장이 과연 팀체질을 개선하고 강팀으로 만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MK스포츠 DB |
kt가 강해져야 한국프로야구가 건강해진다. 언제까지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와 육성 시스템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KBO리그도 조금씩 클래스A와 클래스B로 나눠지고 있는 추세다. KBO 차원에서 하위권 팀을 위한 파격적인 제도개선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에 앞서 팀 자체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kt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대대적인 선수단 정비가 첫째이고 외풍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프런트가 구축되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에서 이숭용 단장 체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숭용 단장은 5년 동안 kt 타격코치로 있으면서 1,2군을 오갔다. 냉정하게 평가해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올 시즌 중반 팀내에서 김진욱 전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던 시점에 1군에 올라왔다. 김진욱 전 감독의 퇴진에 이숭용 단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kt는 이숭용 단장을 “선수육성과 타격지도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지만 선수육성에 실패를 자인한 kt 평가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숭용 단장의 야구이력을 보면 큰 풍파 없이 온실 속에서 자라온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대 선수시절엔 ‘황태자’로 불렸다. 주장을 맡았을 땐 투수 조장인 정민태와 날카로운 대립을 빚기도 했다.
kt는 좌초 직전의 타이타닉호와 다를 바 없다. 목숨을 건 구조작
이숭용 단장이 누구보다 kt 선수단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디 훌륭한 감독을 모셔와 내년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