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국가대표 전임감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선동열 국가대표감독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명한 상태에서 나온 총재의 발언이라 그 충격파가 거세질 전망이다. 정 총재는 "사적인 생각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불신임을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정운찬 KBO 총재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감에서 정 총재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 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한다. 선수 선발은 원칙적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간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듯 했다.
↑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정운찬 KBO 총재가 전임감독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이어 “TV로 선수들을 본다는 선동열 감독의 말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선 감독의 불찰이라 생각한다. 집에서 보는 것은 경제학자가 시장에 가지 않고 지표 가지고 정책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화두에 올라야 할 요지는 ‘과연 선수 선발 과정이 공정했는가’다. 그러나 정작 증인으로 참석한 정 총재는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고 발뺌하면서 “전임감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했다.
전임감독제 필요성은 그동안 야구계에서 꾸준히 야기됐던 문제다. 2017년 3월 열린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이 참패를 당하며 전임감독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에 KBO는 전임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고 한국 야구계 전설인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선 감독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서부터 전임감독으로 나서 2020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을 맡을 예정이다.
선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기필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첫 전임감독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강한 포부였다. 아마야구계와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프로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KBO를 이끌고 있는 정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전임감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전임감독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의중인지 정확한 의도를 밝힐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견’이라고 해도 큰 논란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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