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일 청주대 교수(스포츠 산업 전공) |
올초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 이어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와 카누용선에서 잇달아 남북 단일팀 성사. 남북 스포츠교류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핵위기 속에서 남·북한을 넘어 북미 관계 개선에 있어서까지 창구 역할을 했다. 세계가 지금 한반도 평화와 스포츠교류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남북 스포츠교류가 지속 가능성과 평화통일에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감이 든다. 지난 30여년간 반복돼 왔던 것처럼 이벤트성 교류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국제정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보다 남·북한 정권이나 권력자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스포츠를 전시성 도구화 대상으로만 접근한다. 체육계 자체도 문제가 있다. 체육계는 스스로 정치적 일회성 도구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늘 평화통일을 위한 도구가 되겠다고만 하지 무엇이 본질이고, 목적인지 제시하지 못하며 후속 조치 등 그 무엇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마중물’만 외치고, ‘환상’만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소극적이고 제3자격 자세로는 주체들 간 역학적 관계구조에 따라 단순한 이익추구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년간 그래왔듯 전시성 이벤트로 인해 국민이 체감하는 상실감은 더 세차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접근 방식은 장기적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는 물론 스포츠계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그만 구태의 답습을 버리고, 새로운 정책 기조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효과를 이끌어낼 정책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폭발적 단기 효과뿐만 아니라 미래 발전에 대한 기여를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종교단체나 NGO 조직들의 그 숭고한 방식처럼 순수한 의도로 저변을 파고드는 힘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포츠를 보다 본질적이고, 순수함으로 접근해야 하며, 무엇보다 스포츠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사회적, 정치적 가치 이외에도 더 큰 잠재적 가치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의 경제적 가치다. 미래 경제의 핵심 패러다임이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이나 ‘창조경제’에 스포츠는 언제나 그 중심에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북이 각자의 스포츠적인 특장점을 극대화해 융복합,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지식과 문화 기반의 미래사회 유망산업 분야이며, 남·북한 공조 조건과도 잘 어울린다.
먼저 북한을 보자. 제한적인 경제 사정에도 국제 경제 경쟁력을 갖출 만한 것으로 스포츠 산업 분야가 적격이라는 판단이 선다. 평양의 여가시설 확충, 마식령 스키장 건설, 농구와 자동차 마니아라고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성향과 개인적 특성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북한의 IT 기술과 생화학 기술 등은 일정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과학·기술은 스포츠와의 융복합에 주요한 분야다. 게다가 절대적 지도자의 추진력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있어서 절대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에 관련한 학문적 지식과 경기력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산업적 경험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에 관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북한의 여건과 만날 경우 발생 가능한 경제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추진의지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 지식, 경험을 스포츠와 융·복합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국제무대에 내놓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기대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지도자와 정부 담당부처 간 이해와 협력 바탕에 장기적으로 안정화 할 수 있는 추진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또한 관련 민간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교류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식과 경험의 공유라는 대북 접근 방식은 상대적으로 거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제정세와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양측의 의지만 있다면 NGO 활동처럼 저변에서 언제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 측면에서 남북 간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적어도 대북 정책에서 만큼은 그 기조를 다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 기여와 남북통일을 위한 것으로서 예전과 같이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사회통합
김헌일 청주대 교수(스포츠 산업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