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013년 프로 입문 후 첫 한국시리즈다. FA 보상선수로 이적에 외국인 타자 퇴출까지, 행운이 따랐다는 백민기(28·두산)는 꿈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 백민기를 외야수 여섯 번째 옵션으로 포함시켰다. 김태형 감독은 “김인태와 비교했을 때 수비 능력이 더 낫다고 판단해 백민기를 넣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민병헌(롯데)의 FA 보상선수로 지명돼 유니폼을 갈아입은 백민기는 두산에서 첫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하게 됐다.
↑ 백민기는 두산 이적 후 첫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한다. 반면, 전 소속팀 롯데는 7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1999년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두산에 외국인 타자가 없다는 점도 백민기에게는 행운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후 외국인 선수를 물갈이한 두산은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라는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보유했지만 타자 농사는 실패했다. 파레디스와 반 슬라이크는 기대 이하의 실력과 성적을 남긴 채 한국땅을 떠났다.
백민기에게는 많은 게 새롭다. 평소 이 시기에는 마무리캠프를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시리즈는 훈련을 마친 후 인터넷을 통해 관련 소식을 짧게나마 접하는 정도였다. 어차피 ‘남의 잔치’였다.
이번에는 축제에 초대장을 받았다. 백민기는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신기하다. 그리고 꿈만 같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다. 두산에 왔기 때문에 이런 운이 내게 따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백민기는 아마추어 시절 우승을 경험했다. 그의 마지막 우승도 중앙대 재학 2학년 때였다. 8년 전의 일이다. 두산이 SK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백민기는 프로에서도 감격스런 첫 우승을 경험한다.
백민기는 “이 좋은 기운이 끝까지 이어져 우승의 기쁨까지 만끽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백민기의 시즌 기록은 23경기 타율 0.222 1홈런 4타점이다. 특출한 성적은 아니다. 두산의 외야수 경쟁은 그 어느 팀보다 치열하다. 김재환, 박건우, 정수빈, 정진호, 조수행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그렇지만 부상도 컸다. 백민기는 4월 25일 문학 SK전에서 타격 도중 왼손 유수골이 골절됐다. 두산 이적 후 1군 세 번째 경기였다. 그는 3개월간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백민기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정규시즌이었다. (SK전에서)헛스윙 후 주먹이 안 쥐어지더라. 알고 보니 뼈가 부러졌다. 뭔가 보여드리지도 못하고 다쳤다. 너무 오래 쉬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부상 복귀 후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따른 휴지기가 끝나고 16경기에 나가 타율 0.263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게 많은 시즌이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소득이다.
첫 한국시리즈지만 떨리지는 않는다. 백민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아 그런지 모르나 지금은 괜찮다. 정규시즌 경기와 비슷한 것 같다. 난 어느 경기든지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백민기는 백업 외야수다.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그라운드에 투입된다. 그저 더그아웃에서만 지켜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한다.
백민기는 “(한국시리즈에 나간다면)더 잘하려는 것보다 지금껏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을까”라고 했다.
백민기의 전 소속팀 롯데는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SK가 아니라 롯데였다면, 그에게는 더욱 특별한 한국시리즈였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꾼다. 물론, 그 역시 그 무대에 초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백민기는 “롯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