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너무 오랜만이라 몸이 덜 풀렸다. 오늘은 다를 것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에도 두산 선수단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의 여유일지 모른다.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았다. 차분했다. 단기전이나 4승까지는 갈 길이 멀다.
두산은 정규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에 캠프를 차리고 총 네 번의 실전을 치렀다. 그러나 예열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차전에서 안타 7개와 볼넷 9개를 얻고도 3점을 뽑는데 그쳤다. 잔루만 11개였다.
↑ 최주환이 5일 두산과 SK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회말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그러나 누구도 초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1차전을 패했지만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무대로 안성맞춤이었다는 게 두산 선수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3.5%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5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20%에 그쳤다. 1차전 패배 팀이 오히려 정상에 등극하는 횟수가 많았다.
SK 또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93승을 한 두산이다. SK와 승률이 1할 이상 차이가 났다. 김강민은 “두산은 이대로 끝날 팀이 아니란 걸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도 대비를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신감은 자만이 아니었다. 공언도 실언이 아니었다. SK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으나 두산은 두산다운 힘을 발휘했다.
3실점을 했지만, 후랭코프의 역투는 인상적이었다. 그의 자책점도 1점이었다. 6⅓이닝 동안 29명의 타자를 상대해 탈삼진 10개를 잡았다. 아웃카운트의 절반 이상이 탈삼진이었다.
두산의 수비도 7회초 3루수 허경민의 실책 이외에는 견고했다. 1차전 9회초처럼 실책 후 실점으로 이어졌지만 뒤집히진 않았다.
박치국, 김승회, 함덕주가 이어 던진 두산 불펜은 내구성이 튼튼했다. 특히, 박치국은 7회초 2사 1,2루서 최정을 풀카운트 끝에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8회초 2사에 출동한 함덕주도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었다.
7회말까지만 해도 두산 타선은 폭발하지 않았다. 그나마 홈런(4회말 최주환)이 터졌다. 홈런 포함 장타가 3개였다. 1차전 두산의 장타는 1개(정수빈 2루타)였다. 공교롭게 이날 두산의 장타가 나온 이닝에서 점수를 뽑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산 타자들의 스윙도 더욱 매서워졌다. 8회말 응축된 힘은 강력했다. SK 불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4-3에서 7-3. 승부의 추는 두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4번타자 김재환(3안타)과 5번타자 양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