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 승부를 가르는 건 홈런이 아니라 실수였다 [KS5]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두 팀 다 타선이 활발하게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발언대로 두산이나 SK나 타격감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팀 타율이 두산은 0.264, SK는 0.215에 그쳤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컸으며 잔루는 쌓여만 갔다. SK는 해동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으며, 엇비슷한 안타를 때린 두산도 득점 생산 능력이 떨어졌다. 병살타만 4개였다.

↑ SK 김성현이 1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회말 1-1 동점 적시타를 날린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2018년 한국시리즈의 특징은 홈런이 꾸준히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홈런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4,5차전에 한 방씩 터졌으며 굉장히 의외의 선수가 기록했다. 4차전에는 정수빈, 5차전에는 정진호가 타구를 외야 펜스 밖으로 넘겼다. 정규시즌 홈런 2개씩만 쳤던 두 선수가 의외의 펀치력을 과시했다. “큰 경기는 홈런 하나다. 비록 4번타자 김재환이 없지만 홈런을 칠 선수가 있다”던 김 감독의 호언이었다.
5차전에서 또 한 가지 특이점이 생겼다. 홈런을 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SK의 홈런은 이틀 연속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 길어졌다. 6회까지 안타는 3개에 불과했다. 4차전 3회 김강민의 적시타 이후 12이닝 연속 무득점이었다. 1회와 5회 1사 1,2루 찬스를 얻고도 살리지 못했다.
후랭코프에 꽁꽁 묶이며 답답하던 SK는 세 번째 찾아온 기회서 마침내 ‘장타’가 터졌다. 1사 2루서 김성현이 외야 깊숙이 타구를 날렸다. 1-1 동점이었다.
좌익수 정진호의 실책으로 3루까지 내달린 김성현은 이후 김강민의 희생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SK에겐 행운이 따랐다. 김성현은 정진호의 송구 실책을 보고 3루까지 내달리는 과정에서 2루를 밟지 않았다. 누의공과였다. 하지만 두산은 이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 미스플레이였다.

↑ 두산 김재호가 10일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말 최정의 타구를 놓쳤다. 이 실책은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두산은 수비가 아닌 공격 과정에서 항의했다. 4회 2사 3루서 박종훈이 투구 동작 전 오른발을 뺀 것에 대해 보크를 의심했지만, 파울 후 ‘볼 데드’ 상황으로 인 플레이가 아니라는 심판의 판정으로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했으나 정진호는 홈런이 아니라 외야 뜬공으로 아웃됐다.
8회는 한국시리즈의 승부를 결정지은 이닝이었다. 승부에 쐐기를 박거나 뒤집거나. 5차전은 전자였다.
SK는 8회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으로 2루까지 출루한 최정이 박정권의 안타에 홈까지 쇄도했다. 두산은 7회에 이어 8회에도 야수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그리고 계속된 만루서 김성현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4-1까지 달아났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