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편한대로 부르세요.”
‘대표’라는 말이 입에 맞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에겐 감독이라는 호칭이 익숙했다. 하지만 새로 준 명함에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또렷히 새겨져있었다.
양승호(58)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스포츠 에이전트·매니지먼트회사 CEO로 변신했다. 양승호 전 감독은 지난 6일 디앤피파트너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디앤피파트너는 스포츠 에이전트·매니지먼트 전문기업이다.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양 전 감독, 아니 양 대표는 “사실 감독도 틀린 건 아니지”라며 껄껄 웃었다. 독립 야구단인 파주 챌린저스 감독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스포츠 에이전트 디앤피파트너 대표로 취임한 양승호 전 롯데 감독. 사진=양승호 대표 제공 |
디앤피파트너는 에이전트 자격을 갖춘 변호사를 비롯 프로야구 선수 출신, 매니지먼트 경력이 있는 베테랑 직원과 통계 전문가까지 양 대표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롯데 감독 시절 인연을 맺은 외야수 전준우(32)와 내야수 신본기(29)가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양 대표는 “몇몇 선수들과 더 계약을 할 것이다. 선수들의 문의도 많다. 다만 감독 출신임을 내세워 이쪽에 발을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롯데 감독에서 물러난 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잠시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여자야구 재능기부, 무보수로 파주 챌린저스 감독을 맡는 등 야구계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했다. 이 기간 물류회사 부사장으로 일찌감치 경영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부사장으로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맨으로 자신감을 가진 것도 이 때다.
프로야구는 올해 스토브리그부터 에이전트가 선수 계약을 대리하게 된다. 양 대표도 이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는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양 대표는 “최근 대형 FA 계약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전체 선수 70% 정도는 연봉 5000만원도 못받는 선수들이다”라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A급 선수들에게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저연봉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만 프로야구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선수 진출을 타진한다. 구체적으로 수도권팀에서 뛴 베테랑급 투수의 대만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양 대표는 “그쪽에서도 좀 더 젊은 선수들이 오기를 원한 것도 있고, 불발이 됐지만, 여기서 은퇴 위기에 몰린 선수들이 새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또 대만 선수들 중에서도 괜찮은 선수들이 있으면 국내 프로야구에 소개할 수 있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군 공군기지가 있었던 필리핀 클락에 개발된 야구장 사용도 협약을 맺어 소속 선수들이 비시즌 기간 훈련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양 대표는 “최근 클락에 메이저리그식 야구장이 지어졌고, 5면 정도 야구장이 있는데, 우리 회사 선수들이 비활동기간 훈련할 수 있게 얘기가 다 됐다”며 “특히 저연봉 선수들은 훈련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절반 정도 부담하는 방향으로 선수들의 편의를 봐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외에도 야구 인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중국, 양 대표와 인연이 깊은 베트남에도 관련 시설과 함께 중국리그에도 선수를 파견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양 대표가 감독을 맡고 있는 파주 챌린저스 선수들을 비롯, 에이전시 계약을 맺는 선수들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양승호 대표는 선수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 양 대표는 “궁극적으로 선수들의 가족까지 신경을 쓸 수 있는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 훈련을 나가있는데, 가족이 아플 경우 선수들이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겠나. 병원들하고도 협약을 맺고, 회사에서 선수들 가족들을 케어하려고 한다. 선수들은 마음 편히 운동만 할 수 있게 서포팅하는 복지에 우선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시작했을 뿐이다. 양승호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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