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5년 5월, 넥센 히어로즈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때 문우람은 소속팀 선배에게 진짜 심하게 맞은 것일까.
문우람은 지난 10일 승부조작 가담 혐의의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면서 폭탄 발언을 했다.
“2015년 5월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승부조작 브로커 조 씨와 친밀감을 쌓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 넥센 히어로즈 시절 문우람. 사진=옥영화 기자 |
문우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폭행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성인이 된 후배를 야구배트로 때렸다. 심지어 부위도 머리였다. 당시 문우람은 23세의 청년이었다. 2011년 육성선수로 프로의 세계에 입문해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
문우람은 경찰에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쉬쉬했다”라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우람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그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 추가적인 사실관계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건 프로야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는 동시에 문우람의 ‘진실성’과도 직결된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문우람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병원 진료 기록부까지 첨부했다.
문우람이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 진료를 받은 건 2015년 5월 8일 오후 7시였다. 그의 주장대로면 폭력 사건은 5월 1~8일 사이 벌어졌을 것이다.
기록부에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토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야구연습 도중 방망이에 머리를 맞고 ER에 내원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또한 두통, 현기증, 구역질, 구토 등에 ‘V’자 표시가 돼 있다.
금요일 저녁으로 경기가 한창 열리던 때였다. 넥센 동료들은 목동구장에서 KIA전을 치르던 중이었다. 문우람도 당시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어지럼증을 호소한 그는 이틀 후에야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경기 후반 이택근과 교체돼 출전했다.
하지만 백업 외야수 문우람의 1군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5월 13일 부산 원정 중 엔트리 제외를 통보 받았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문우람이 두통과 감기 몸살을 호소해 집으로 돌려보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문우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2군 훈련하기도 힘들 정도라 집에서 쉬면서 병원 진료만 다녔다는 문우람이다. 그는 2015년 6월 10일에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 문우람의 2015년 5월 8일 응급실 진료 기록부. 사진=MK스포츠 DB |
문우람의 전 소속 구단은 이와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구단부터 앞장서서 쉬쉬하고 있다. 실명까지 공개되며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지목된 문성현, 정대현에 대해 “연루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라며 즉각 반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선배가 후배를 혼내는 데에는 ‘잘못’이라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선수단 규율을 어겼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폭력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뿌리 뽑아야 할 ‘악’이다. 진짜 야구배트로 머리를 일곱 차례나 가격했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하나 어떠한 형태의 폭력이 있었다.
선수단 관리 소홀이다. 선수 사이에 일어난 일을 사전 방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후속 조치라도 엄격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사실을 인지했을 넥센은 가해자에 대해 어떤 징계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도 버젓이 넥센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넥센의 책임도 큰 셈이다.
이번에는 ‘쉬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