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했다. 적어도 임병욱(24·히어로즈)에게 2018시즌은 그랬다.
히어로즈는 2018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원동력으로 삼아 눈부신 성과를 냈다. 서건창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민성 고종욱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정규시즌 4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젊은 선수 중에는 임병욱이 있다. 그는 지난해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 124안타 13홈런을 기록했다. 팀의 중견수로서 외야 한 자리를 책임졌다.
↑ 2018시즌 히어로즈 주축 외야수로 떠오른 임병욱이 시즌을 되돌아봤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임병욱은 “인상 깊은 시즌이었지만, 주전 자리를 확보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정규시즌에 가을야구(10경기)까지 뛰니 플레이오프 때는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 무릎, 팔꿈치, 발목, 손목 안 아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과 팀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7월말쯤 있었던 일을 전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날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7월말쯤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 구단에 말해봐서 올 수 있다면 오고, 경기 끝나고 와도 괜찮다고 하셨다. 팀에 말하고 우선 야구장에 나가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김)민성이 형이 주장이었다. (조모상 소식을 알고 있었던) 매니저님이 민성이 형한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말했는데, 그때 형들이 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민성이 형은 내가 할머니 손에 컸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2018시즌서 임병욱은 가족과 팀에 대한 소중함을 배웠다. 사진=김재현 기자 |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배려로 그날 임병욱은 그동안 자신을 키워줬던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잘 나눌 수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이날 있었던 일을 말하던 그는 “이날이 내가 반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또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라고 답했다. 임병욱은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야구를 보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부모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 처음 봤다. 그때 정말 보람찼다”고 떠올렸다.
시즌이 끝난 현재 임병욱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 6년차지만 이제 한국 나이로 25살, 만으로 24살이다. 젊은 프로선수에게 비시즌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짧은 시간이다.
새 시즌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오는 11일 미국으로 떠난다. 덕 레타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로 했다. 그는 “새로운 것에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임병욱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2019시즌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물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그것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계획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