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9년 만에 아시안컵을 정복하러 떠난 벤투호, 첫 관문은 결코 쉽지 않다. 역사가 말해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7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첫 판을 치른다.
C조에 속한 한국은 최약체로 평가 받는 필리핀을 상대한다. 필리핀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16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21번째다.
↑ 아시안컵 본선을 첫 경험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
필리핀이 2018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4강에 올랐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도 키르기스스탄, 예멘과 더불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다들 한국의 낙승을 전망하고 있다. 베팅업체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12경기 중 한국의 승리 배당을 1.06배로 가장 낮게 책정했다(일본의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 배당은 1.08배).
한국이 미끄러질 것으로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터다.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 또한 필리핀을 존중하며 총력을 쏟는다.
최근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7득점 5도움)를 올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아직 벤투호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큰 악재는 아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필리핀의 수비를 허물 킬러는 많다.
다만 자만해선 안 된다. 자칫 예상 외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예상외의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는 바레인과 개막전에서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에 힘입어 가까스로 1-1로 비겼다.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실타래가 꼬였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는 요르단에 일격을 당했다. 세대교체 및 부상에 따른 전력 약화로 어려움이 있으나 0-1 패배는 충격이었다. 호주와 요르단의 세계랭킹 차이는 68계단이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까지 올랐던 태국 또한 인도에 1-4로 크게 졌다. 인도는 준우승을 했던 1964년 대회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열릴 알 막툼 스타디움도 다시 찾고 싶은 장소는 아니다. 1996 아시안컵 8강 이란전에서 2-6으로 대패했다. 23년 만에 이 악몽의 장소에서 다시 아시안컵 경기를 갖는다.
한국축구 역사에도 아시안컵 첫 경기는 쉬었던 적이 없다. 한국은 1996년 대회부터 7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 진출했다. 지난 여섯 번의 대회 첫 경기에서 혼이 단단히 났다. 패한 적은 없으나 2승 4무로 딱히 좋았던 것도 아니다.
당시 대회 결승까지 오른 팀(1996년 UAE-2007년 사우디아라비아)과 맞붙기도 했지만, 매번 못 이기거나 껄끄러운 상대를 만난 건 아니다.
2011년과 2015년 대회에서는 첫 승을 신고했으나 ‘신승’에 가까웠다. 각각 바레인, 오만을 상대로 1골차로 이겼다. 막판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리기도 했으며, 상대의 거센 반격에 혼이 단단히 나기도 했다.
필리핀의 전력이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친 여유를 가져서도 안 된다. 5개월 전 아시안게임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첫 걸음을 가볍게 떼기 위해 방심은 금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야 할 벤투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