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계 폭행·성폭력 사각지대로 불리는 학교 운동부 및 실업팀도 국가대표처럼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유용(24)이 14일 고등학교 유도부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15일 이기흥 회장은 ‘각종 가혹행위 및 (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학교 및 실업팀 운동부 훈련환경에도 국가대표 선수 관리 기준을 준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기흥 회장은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원천 차단’ 및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확충’ 방안을 공개하면서 국가대표팀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17 국가대표 훈련개시식 및 체육인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여 “신뢰받는 국가대표팀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하는 모습. 사진=김재현 기자 |
A라는 스포츠 연맹에서 B라는 관계자의 잘못을 감추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가 적발되면 A 종목을 관리하는 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된다.
기존 조직과는 완전히 다른 연맹을 구성하여 대한체육회 가입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기흥 회장은 “종목별 연맹이 은폐를 시도하다가 발각되면 이를 주도한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어떤 스포츠든 등록 선수·지도자가 폭행이나 성폭력을 저질렀다가 처벌이나 징계를 받으면 해당 종목협회는 이를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로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 징계는 국가대표 및 공공기관만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목별 연맹이 가해자를 제재해도 중앙의 징계가 지방에는 공유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국가에서 같은 스포츠 선수/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은 막지 못하곤 했다.
이기흥 회장은 “모든 종목을 포괄하는 징계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겠다”라면서 “국내 체육 단체 간의 데이터 교환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국가별 체육회와의 협력으로 외국에서 경력을 이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국가대표선수촌에는 여성 훈련관리관과 인권관리관·인권상담사가 상주한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는 후배들의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상담 창구를 마련한다.
그동안 국가대표들끼리는 ‘선수촌 어디는 CCTV에 찍히지 않는다’는 정보가 공유됐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CCTV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탈의실에 폭행 및 성폭력을
이기흥 회장이 공언한 것처럼 학교 운동부와 실업팀에도 국가대표 선수 관리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한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교육부와도 시급히 논의할 사안이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