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1월 15일, 이형범(25)은 두산 이적 후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구단 행사를 통해 선수단, 임직원과 첫 인사를 나눈 이형범은 협상 테이블을 갖고 2019시즌 연봉 계약도 마쳤다. 부랴부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사진 촬영 및 인터뷰까지 마쳤다. 짧은 시간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2012시즌 특별지명 23순위로 NC에 입단한 이형범은 지난해 12월 18일 FA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 FA 보상선수 지명 후 두산 유니폼을 처음 입게 된 이형범. 어색하지가 않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프로 입문 후 군 복무를 제외하고 NC 유니폼만 입었던 이형범에게는 청천벽락 같은 소식이었다. 혹시 내가 뽑힐 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진짜 뽑혔다는 이야기에 많이 놀랐다.
이형범은 NC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던 중이었다. 2017시즌 14경기(29⅓이닝), 2018시즌 23경기(54이닝)에 나갔다.
이형범은 “(보호명단에서 제외돼)솔직히 NC에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아무래도 NC에서만 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두산에 가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싶었다”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걱정도 없지 않다. 두산은 NC보다 투수층이 두껍다. 이형범은 “나보다 더 좋은 투수들이 많은데 나를 보상선수로 지명해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내가 그들과 경쟁해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 달 후 이형범은 걱정보다 기대가 더 커졌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 그래도 이 곳(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져봐야 두산 선수가 됐다고 확실히 느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형범의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NC에서 구원투수에 가까웠다. 통산 39경기 중 31경기가 구원 등판이었다.
그러나 선발투수로서 점차 경험도 쌓아갔다. 점점 이닝 소화 능력도 좋아졌다. 김태형 감독도 “올해는 선발투수 자원이 많다”며 이형범을 선발투수 경쟁 후보로 분류했다.
이형범은 “선발투수를 꿈꿨는데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잘해서 꾸준하게 선발 등판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1군에 있어야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 올해 목표는 1군 엔트리에 남아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형범의 성적이 좋아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 두산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형범은 통산 두산전 평균자책점이 11.88(8⅓이닝 11실점)이었다. 두산의 무시무시했던 타선은 이제부터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형범은 “두산에는 잘 치는 타자가 워낙 많아 주눅이 든 채 등판하기도 했다 두산전 성적이 안 좋았는데 앞으로 상대하지 않을 테니 평균자책점이 더 낮아지지 않겠는가.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써 수비 도움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반대로 한 번도 상대하지 않았던 NC와 대결을 벌여야 한다. 옛 동료는 꼭 이겨야 하는 상대가 됐다. 이형범은 박석민과 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보상선수 지명 후 (박)석민이형이 많이 아쉬워했다. 투수와 타자로 만나면, 석민이형이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질지 모르
이형범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승리, 이닝 등 기록도 더 많이 쌓고 싶다”라며 “난 통산 2승 투수다. 7년간 한 걸 한 번 한 달 안에 해보겠다”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