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재키 로빈슨의 생애를 다룬 영화 ‘42’에서 그를 쫓아다니는 흑인 기자 웬델 스미스는 기자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기사를 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세기가 변했고, 세상도 변했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BBWAA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의 취재를 막지 않는다.
그러나 1908년에 창설된 BBWAA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취재 현장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 시즌 주요 개인상- MVP,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 올해의 감독 수상자를 결정한다. 월드시리즈 같은 큰 행사에서는 경기 기록에 참여한다.
↑ 더그아웃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을 인터뷰중인 취재진의 모습. 미국야구기자협회는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진=ⓒAFPBBNews = News1 |
기자를 명예의 전당에 보내기도 한다. 매년 J.G. 테일러 스핑크상을 수여해 이 상을 받은 기자에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을 준다. 이 상은 회원이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비회원으로 이 상을 받은 이는 2014년 ‘더 뉴요커’ 소속이었던 로저 앤겔 한 명밖에 없다.
이 단체는 ‘기자석과 클럽하우스 등 취재 현장이 적절한 근무 환경이 갖춰질 수 있게 하고’ ‘가입된 회원들이 선수나 다른 관계자들에게 정확하고 공정하며 완벽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갖고 탄생했다. 한마디로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지원하는 단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연고지 별로 지부가 나뉘어져 있으며, 해당 지역 연고팀 경기를 75% 이상 취재한 기자들에게 가입 자격을 부여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700명 이상의 기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서서히 문호를 넓힌 결과다. 먼저 인종의 벽이 무너졌다. 앞서 언급한 스미스도 1948년 BBWAA 가입을 승인 받아 회원이 됐다.
성별의 벽도 무너졌다. 2012년에는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을 선출했고, 2016년 12월에는 첫 여성 J.G. 테일러 스핑크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언론 환경이 변하면서 온라인 매체에 대한 문호도 개방됐다. 지난 2007년 ‘CBS 스포츠’ ‘ESPN’ ‘FOX 스포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야후스포츠’ 등 온라인 매체에 소속됐던 기자들이 회원 자격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 전문 매체 ‘MLB.com’ 소속 기자들이 회원 자격을 인정받았다.
해외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외국 기자들에게도 문을 넓혔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수
‘협회’라는 이름에서 폐쇄성이 느껴지지만, 이들은 충분한 자격을 인정받은 기자에 대해서는 점점 그 문을 넓혀주고 있다. 2019년에는 본 기자처럼 특별한 것이 없는 기자의 가입 신청을 받아주는 자비(?)를 베풀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