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한창 후반부를 향하던 시점.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초미의 관심사인 국내선발 확립과 관련돼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구상이 맞아간다, 준비가 잘 돼 간다 등의 어조로 순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캠프 훈련 때마다 불펜을 빼놓지 않고 찾으며 열정을 쏟아냈다.
이는 캠프 막판, 시범경기 초반부에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졌으며 기대감이 든다고 반색하기도 했다. 당시부터 자신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국내선발 플랜A 3인방은 지금 전부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실시한 플랜B는 아직 불투명하다. 나아가 세 번째 단계까지 이어질 조짐인데 그러면서 당초 구상한 국내선발 육성 원칙과는 다소 동떨어진 모양새를 보인다. 어느 순간, 지난 캠프 때 시도한 목표와 방향성이 희미해진 것이다.
↑ 한화의 기대를 모은 좌완 선발후보 박주홍(오른쪽)이 지난 주말 등판을 끝으로 불펜으로 보직이동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 감독은 개막 후 국내선발진 첫 로테이션 만에 이와 같은 변화를 단행했다. 김재영은 물론 김성훈마저 기대를 훨씬 밑도는 구위로 아쉬움을 남겼고 이는 단호한 선택으로 이어졌다. 김민우는 몇 차례 기회를 받았으나 결국 기준점을 넘지 못했고 좌완메리트가 있는 박주홍 역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게 됐다.
많은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영건들 기량이 생각보다 훨씬 부족한 상태서 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빠르게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평가했다.
↑ 한화는 올 시즌 기대한 영건 국내선발진 육성이 쉽게 되지 않자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선발후보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김민우(왼쪽) 모습. 사진=MK스포츠 DB |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 장민재가 안착했지만 다른 거론되는 현재 후보들의 경우 앞서 김민우, 김성훈처럼 결국 짧은 기간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면 다시 리스트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검증된 자원 한 명 없이 후보들만 계속 제외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러한 경우 어떤 식으로 국내선발을 운용할지 의문점이 붙는다. 거의 고려되지 않은 베테랑옵션 혹은 다시 기존자원 재등판인데 무엇하나 비시즌 한화의 테마와는 맞지 않고 이미 스텝만 연거푸 꼬여버리는 결과를 남긴다.
물론 직접 현장에서 바라보는 전문가 관점에서는 일반 기대치와는 큰 격차가 보일 수 있다. 아니다 싶은 것을 과감히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