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12-3 대승으로 끝난 17일 KBO리그 잠실 SK전. 두산은 해동된 타선이 3경기 연속 폭발하며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이날 화제를 모은 건 타자가 아니라 투수였다. 홍상삼의 눈물과 고백. 13년차 투수의 통산 226번째 경기는 각별했다.
다시 1군 무대에 서기까지 264일이 걸렸다. 누구에게는 짧을 수 있지만 홍상삼에게는 매우 길면서 힘겨웠던 시간이다.
↑ 두산 홍상삼은 264일 만에 KBO리그 경기에서 희망을 던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한동안 볼 수 없었던 홍상삼은 아팠다. 야구공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상처 부위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공황장애였다. 무작정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병원을 가는 날이 늘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150km의 빠른 공은 매력적이었으나 기복이 있었다. 어떤 날은 제구가 안 돼 많은 볼넷과 폭투를 기록했다.
홍상삼은 강심장이 아니었다. 그는 ”하도 욕을 많이 먹었다. 난 내가 강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렸다. 많은 사람 앞에서 야구를 할 때면 (공황장애 증상이 더)나타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만든 것 같다“라고 했다.
북받치는 감정에 힘겹게 입을 열던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의 모습에 하나같이 숙연해졌다.
어느 때보다 잘하고 싶던 경기였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가장 긴장했던 경기였다. 마운드 위에서 언제 공황장애 증상이 올지 몰라서 노심초사했던 홍상삼이다. 이날 관중은 9217명이었다.
동료의 응원에 힘을 얻어 공을 던진 홍상삼은 4⅔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폭투 3실점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못 잡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714일 만의 선발승 욕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5회에만 폭투 3개를 했다.
홍상삼은 자책했다. 그는 ”후회 없이 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내 공을 많이 못 던진 것 같다.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홍상삼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첫 테스트 결과도 통과다. 홍상삼의 바람대로 다음 경기에서 역할은 선발투수다.
김태형 감독은 18일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공 자체는 워낙 좋지 않은가. 선발투수에게 1회와 5회가 가장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홍상삼도 어제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다음 선발 등판도 (홍상삼 카드로)가야지“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우천 순연 등 변수가 없다면 로테이션에 따라 오는 23일 고척 키움전에 나서게 된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던 홍상삼은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홍상삼은 주위에 고마운 사람이 많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강석천 퓨처스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올해 2군에서 1군으로 승격됐다. 홍상삼의 투구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홍상삼의 감사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정재훈 투수코치는 ”내가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라며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정재훈 투수코치는 ”그동안 심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