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안준철 기자
“내가 못 막으면 역전할 기회를 못 잡을 것 같아 열심히 던졌다.”
11일 키움 히어로즈의 역전승은 홈런 두 방을 때린 박병호(33)의 맹타가 가장 눈에 띄었지만, 6회말 선발 에릭 요키시(30)의 헤드샷 퇴장 변수 때 마운드에 올라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윤영삼(27)의 호투도 주목할만 했다.
윤영삼은 요키시가 퇴장당한 6회말 1사 1,2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상대 4번타자-5번타자인 멜 로하스 주니어, 박경수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7회에도 범타로 가볍게 2아웃을 잡았고, 장성우에 안타를 맞긴 했지만, 강민국을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 키움 윤영삼이 11일 수원 kt전 승리투수가 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수원)=안준철 기자 |
프로 통산 3번째 승리다. 2011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신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던 윤영삼은 두 차례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넥센에서 1군 데뷔를 치렀지만, 프로생활은 아마추어 최대어로 꼽혔던 고교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운드에서의 위력보다는 숨길 수 없는 개그 본능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웃음을 주는 팀의 활력소 역할로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진지해진 모습이다.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느낌도 사뭇 달라졌고, 키움 불펜에 숨퉁을 트리고 있다. 이날 등판도 사실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선발 요키시가 갑자기 강판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주자도 두 명이나 나가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윤영삼은 “몸이 안풀리거나 당황스럽진 않았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상황이라서 최대한 타자에 집중하려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못막으면 역전할 기회 못 잡으니까 열심히 던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첫 승에 대한 기쁨도 잠시 뒤로 밀어뒀다. 윤영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믿어주시는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며 올 시즌 진지해졌다는 얘기에 “아니다. 안보이
키움은 이날 승리로 kt와의 3연전을 1승1패로 동률을 만들었다. 12일 경기 결과에 따라 10연속 위닝시리즈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숨은 영웅은 윤영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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