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한 번도 승리투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저 실점을 적게 하되 많은 이닝을 책임지려고 했다. 오늘 투구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이우찬(27)은 2011년 신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은 1억1000만원. 기대를 받았으나 많은 게 느렸다. KBO리그 데뷔전은 2016년 5월에 가졌으며, 첫 승을 거두기까지 또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우찬은 누구보다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임시 선발투수였던 그는 5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LG의 2-0 승리를 이끈 그는 이제 ‘무승 투수’가 아니다.
↑ LG 투수 이우찬은 12일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특히 3년 전 그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첫 타자(박건우)에게 홈런을 맞더니 다섯 타자만 상대하고 강판했다. 0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4실점. 1078일 후 그는 전혀 다른 선발투수였다.
이우찬은 12일 KBO리그 잠실 한화전을 마친 후 “3년 전 경기가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그때는 1군 첫 경기라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뛰었다. 지금은 불펜에서 경기를 뛰고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라며 “승리투수까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유)강남이가 리드를 편하게 해줘 좋은 결과가 따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우찬은 갑작스러운 선발투수 등판 통보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이우찬은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불안감도 생겼다. 선발투수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내가 못할까 걱정했다”라며 “그래도 1회를 잘 마친 게 주효했다. 편한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우찬의 데뷔 이래 최다 이닝이다. 종전 기록은 3월 30일 잠실 롯데전의 3⅔이닝. 4회 2사 1,2루에서 이성열을 8구 승부 끝에 아웃시켰다. 그가 가장 집중했던 순간이다.
이우찬은 “3,4이닝은 던질 수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4회를 마치고)감독님과 코치님이 괜찮냐고 물으셨는데, 투구수(4회까지 62개)도 많지 않아 한 이닝 정도 더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선발투수 이우찬의 경쟁력을 보여줬으나 선발투수 욕심은 없다. 류제국, 임찬규 등 돌아올 선발투수가 있다는 것.
그는 “내 역할은 형들이 올 때까지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선발투수가 필요할 때가 있을 때마다 잘 하겠다. 그러나 선발투수 욕심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우찬의 외삼촌은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다. 송 코치는 이날 3루 더그아웃에서 조카의 역투를 지켜봤다.
이우찬은 “사실 외삼촌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내 코가 석자다. 유소년 시절과 다르게 프로 입문 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다. 그렇다고 외삼촌이 앞에 있다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우찬은 지난해까지 4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입지가 달라졌다. LG 마운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는 기술보다 심리적인 부분을 들었다.
이우찬은 “예전에는 1군에 있어도 곧 2군에 갈 것 같았다. 지금은 최일언, 경헌호 코치님께서 먼저 다가와 주시며 편하게 해주신다. 칭찬도 아끼지 않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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