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이상철 기자
롯데가 30승 고지를 눈앞에서 놓쳤다. 허탈하게 9회 2사 후 동점 홈런을 맞은 뒤 역전 위기까지 몰렸던 롯데는 힘겹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끝내 천적 kt에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롯데는 25일 kt를 부산 사직야구장으로 불러들여 8-8 무승부를 거뒀다. 4시간46분 혈투를 벌였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롯데는 7-5로 리드하다가 3연승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황재균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가던 롯데 불펜은 총동원을 했지만 10회초 송민섭에게 역전타까지 맞았다.
↑ 롯데 제이콥 윌슨이 25일 KBO리그 사직 kt전에서 3회말 홈런을 날린 후 기뻐하고 있다. 윌슨의 KBO리그 1호 홈런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10회말 손아섭의 2루타와 이대호의 안타로 이대은을 두들기며 8-8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는 뒷심이 부족했다.
마법사는 거인 사냥꾼이었다. 올해 아홉 차례 겨뤄 7승 2패를 기록했다. 33승 중 21.2%였다. 반면, 롯데는 kt와 두산(5패)만 만나면 죽을 썼다. 특히 kt전 열세는 최하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였다.
7일부터 9일까지 수원 3연전에도 싹쓸이 패를 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롯데는 8경기 연속 무승(1무 7패) 늪까지 빠졌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롯데는 KIA, 한화, 키움을 만나 3연속 위닝시리즈(6승 2패)를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다. 5위 NC와 승차는 7.5경기. 더 높이 반등하기 위해선 kt를 이길 수 있어야 했다.
3주 후 부산에서 다시 만난 롯데와 kt다. 예상대로 kt는 롯데를 괴롭혔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1군 복귀전을 치른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4회도 버티지 못했다. 투구수가 7~80개로 제한됐으나 끈질긴 kt 공격에 박세웅은 매 이닝 고전했다. 제구가 흔들린 데다 야수 도움도 받지 못해 8피안타 4실점을 했다.
3주 전 수원 3연전에서 3득점에 그쳤던 롯데가 아니었다. 홈런 3방을 터뜨렸다. 전준우와 민병헌은 나란히 6월 4번째 홈런을 쳤으며, ‘새 얼굴’ 제이콥 윌슨도 KBO리그 6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날렸다.
롯데전 통산 평균자책점 1.69로 강했던 김민마저 공략했다. 김민은 3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kt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한 건 ‘오프너’ 전유수 카드(18일 고척 키움전 3이닝 무실점)를 빼면 14일 대구 삼성전 배제성(4이닝 5실점) 이후 처음이다.
그렇지만 순탄한 경기는 아니었다. 4회까지 7점을 뽑은 롯데는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5회 이후 안타는 딱 하나(8회 손아섭)였다.
↑ kt 황재균은 25일 KBO리그 사직 롯데전에서 5-7의 9회 2사 1루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날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반면, 롯데는 깔끔하게 막지 못했다. 삼자범퇴는 6회가 유일했다. 앞서고 있으나 위태로웠다. 진땀을 뺐다. 7회 무사 1,2루 및 2사 2,3루-8회 1사 1,2루 위기에 불펜을 총동원한 끝에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못 잡았다. 7-5의 9회 2사 1루서 박진형이 황재균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승부는 원점.
롯데는 역전까지 허용했다. 손승락이 10회 1사 후 김민혁, 오태곤, 송민섭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았다. 타구는 모두 좌익수 전준우에게 굴러갔다.
kt는 9회부터 마무리투수 이대은을 호출했다. 23일 수원 NC전에서 4피안타로 터프 세이브를 올렸던 이대은도 흔들린 건 마찬가지였다. 10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으며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이대은은 전준우
롯데와 kt는 두 번씩 더 공격 기회를 얻었으나 아홉 번째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는 시즌 두 번째, kt는 시즌 첫 번째 무승부였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