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이상철 기자
롯데가 5일 만에 ‘9회의 악몽’을 다시 경험했다. 연승의 신바람을 내기까지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홈런을 맞았다.
공교롭게 투수는 둘 다 박진형이었다. 시즌 피홈런은 4개. 그렇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했다. 모두 다 9회, 그리고 2사 이후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이 25일 사직 kt전에서 7-5의 9회 2사 1루에 마운드의 박진형에게 다가간 건 아픈 경험 때문일지 모른다. 홈런 경계령을 내렸을 터다. 그러나 황재균은 박진형의 초구에 배트를 돌려 극적인 동점 홈런을 날렸다.
↑ 박진형은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맞았다. 모두 9회 2사 이후였다. 그의 평균자책점도 2.53에서 5.68로 상승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롯데는 그나마 지지 않았다. 7-8의 10회, kt 마무리투수 이대은을 상대로 이대호가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자칫 내줄 수 있던 흐름을 막았다. 그러나 출혈이 컸다. 롯데는 8명의 투수를 동원하고도 끝내 못 이겼다.
주간 첫 경기였다. 또한, 26일부터 북상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KBO리그 경기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있었다. 모든 걸 쏟고도 승리가 아니라 무승부를 추가했다. 롯데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롯데는 9회를 막는 게 참 어렵다. 최근 현상이 아니다. 이닝별 수비 기록에서 9회 피홈런은 10개로 5회(12개) 다음으로 많다. 다른 팀과 비교하면 뒷심 부족이 심각하다. 9회 피홈런 최다다. 피장타율은 0.448로 삼성(0.464)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폭투도 5개로 적지 않다.
롯데는 현재 고정 마무리투수 개념이 없다. 구승민이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 맨 마지막 카드로 쓰기가 쉽지 않다. 양 감독은 상황에 따라 박진형과 함께 쓰겠다고 밝혔으나 자주 삐끗하고 있다.
다만 롯데의 고민은 9회 수비만이 아니다. 멀리 달아나는 것도 지키는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롯데의 9회 화력은 약하다. 9회 타율(0.209)은 정규 이닝 기준 가장 낮다. 9회 장타율(0.295) 및 출루율(0.294)은 3할도 안 된다.
롯데가 9회 홈런을 친 건 딱 하나다. 4월 20일 사직
롯데는 25일 경기에서도 5회부터 9회까지 1점도 뽑지 못했다. 안타는 딱 1개였다. 초반 같은 화력을 뽐냈다면, 승기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다. 하지만 kt 불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