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안준철 기자
“혹시 정보 없습니까.”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취재진에게 슬며시 물었다. 이날 키움의 불펜데이에 관해서였다. 물론 실제로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최근 선발진에서 안우진에 이어 이승호가 이탈한 키움은 안우진 자리에는 신재영이 들어왔지만, 이승호가 등판할 차례인 이날은 불펜데이로 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도 이날 키움 선발로 나서는 양현이 오프너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 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9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키움이 롯데를 꺾고 롯데전 스윕승을 기록했다. 키움은 2-2 동점이던 8회 말에서 송성문의 희생타로 결승타점을 기록한 후 주효상의 2타점 3루타로 5-2로 승리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패한 롯데는 6연패로 2연속 시리즈 스윕패를 당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양상문 감독은 타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날(6일) 키움전과 비교했을 때는 정훈이 1루수비에서 빠지고, 이대호가 지명타자에서 1루수로 들어가고, 지명타자에는 이병규가 출전하는 것이었다. 이틀 전인 5일 키움전과 라인업이 같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패에 허덕이며 집중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롯데 타선은 키움의 불펜데이가 버거웠다. 이날 2이닝 정도 던질 것이라 예상됐던 양현은 2회까지 17개 밖에 던지지 않아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의 3이닝 소화는 롯데 타자들이 도와준 성격이 강했다. 1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은 양현의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후속타자 손아섭은 2구만에 우익수 뜬공처리됐다. 양현은 공 3개를 던지고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이후 전준우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전준우는 투수의 견제구에 1루로 되돌아가다 아웃되며, 이닝이 종료됐다. 2회초도 양현의 공 9개에 삼자범퇴였다.
그리고 3회초 선두타자 강로한의 기습 번트안타로 롯데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하던 나종덕이 2스트라이크로 몰리자, 강공을 선택했고, 유격수 땅볼로 6-4-3병살로 순식간에 2아웃이 됐다. 이후 신본기의 안타. 가정법이지만, 나종덕의 보내기 번트만 성공했으면, 롯데가 선취점을 가져갈 수 있는 흐름이었다. 문제는 2사 후 1루에 나선 신본기는 포수의 견제구에 아웃된 것이다. 3이닝 동안 두 차례 견제사로 공격이 종료됐다.
반면 키움은 3회말 김혜성의 2루타와 김하성의 적시타 등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5회는 2사 3루에서 김혜성의 적시 3루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집중력면에서 롯데와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롯데도 6회초 필승조의 시작인 한현희를 두들겨 2점을 뽑았다. 견제사를 만회하려는 듯 1루에서 제이콥 윌슨의 2루타에 홈까지 내달린 전준우의 그림같은 슬라이딩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키움이 투입한 7명의 투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뭘 해도 이길까 말까 한데, 뭘 해보지도 못하고 졌다.
8회말 실점하는 과정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손승락, 박시영이 자초한 1사 만루에서 좌완 고효준이 송성문을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처리하며 1점을 내줬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계속된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주효상이 2루 방면으로 빠른 타구를 날렸다. 2루수가 잡지 못하고 중견수 쪽으로 빠르게 흘러갔는데, 중견수 민병헌과 우익수 손아섭이 주저하더가 타구는 데굴데굴 굴러 우중간을 꿰뚫고 말았다. FA 총액 178억원(손아섭 98억원, 민병헌 80억)을 자랑하는 두 외야수는 펜스까지 흘러가는 공을 쫓아 바쁘게 뛰었지만, 주효상은 프로 첫 3루타를 기록했고, 주자 2명은 넉넉히 홈을 밟았다. 키움이 5-2로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진 플레이로 인한 장면이었다.
이미 전날 1회말 수비를 시작하자마자 롯데는 개그콘서트급 실책 퍼레이드로 손쉽게 1점을 헌납하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 6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1회말 무사에서 키움 김하성이 2루타를 친 후 롯데 유격수 신본기의 실책으로 3루까지 출루했다. 김하성은 롯데의 연이은 실책으로 홈으로 뛰어 선취득점을 올렸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이날 4회말 4번째 실점과정도 어설픈 수비가 컸다. 포수 나종덕이 투구의 공을 잡은 뒤 리드 폭을 넓힌 2루 주자 송성문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러나 주자가 2, 3루 사이 가운데에 있었는데도 굳이 2루 송구를 했다. 오히려 3루로 진루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보통 속이는 동작으로 주자를 누상에 묶어 놓는 게 정석인데, 아쉬운 장면이었다. 결국 흔들린 레일리는 후속타자 박정음에게 볼넷, 후속 김하성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안그래도 수비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인데, 올 시즌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장식하는 멋진 다이빙 캐치보다는 내야수(신본기)의 머리를 맞고, 외야수(전준우)가 공을 잡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수비들이 많다
집중력이 바닥에 떨어진 롯데에게 6연패는 필연적이었다. 7월 첫 승은 다시 물거품이 됐고,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2019년 여름, 롯데는 스스로를 잔인하게 몰아가고 있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