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안준철 기자
‘꼴찌’ 롯데 자이언츠는 힘들다. 117경기를 치렀지만 6연패 중이다. 최하위 탈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롯데는 23일 수원에서 열린 kt위즈와의 경기에서 12회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간판’ 이대호가 투런 홈런을 포함, 3타점을 기록하고, 선발 장시환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8회말 2사 이후 필승조 박진형이 황재균에게 통한의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무승부로 롯데는 연패 탈출에 실패했고, 순위도 여전히 꼴찌다. 수도권 6연전은 5패 1무로 마감했다. 3차례의 2연전에서 승리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 2019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2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돌파구를 쉽게 찾을 수도 없다. 팀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가라앉아있다. 롯데는 선수 개개인의 면모만 놓고 봤을 때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선수 기준으로 연봉 총액 1위팀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라는 이대호부터 손아섭, 민병헌, 전준우가 라인업에 버티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부침이 있었지만, 마무리로 복귀한 손승락 등 이름값 있는 베테랑 투수가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줄곧 하위권에 머물고, 연패가 길어지면서 과연 롯데의 구심점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개인 부진까지 겹치면서 롯데는 조타수가 없이 항해를 하는 배와 비슷한 상황이다. 감독과 단장이 중도퇴진한 상황에서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야구의 날’ 사인회 논란으로 번졌다. 23일은 2008년 한국 야구가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쿠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의 날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간판 선수들을 내세워 사인회를 여는 등 한국 야구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만 올해 입단한 신인 서준원과 고승민을 사인회 참석 선수로 올렸다. 애초 KBO는 롯데 측에 이대호와 손아섭의 참석을 타진했다. 손아섭은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대호라면 얘기가 달랐다. 팬 서비스 측면에서 논란이 많았던 선수이고, 최근 개인 성적도 부진한 상황에서 막내들에게 사인회 참석이라는 짐을 떠밀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롯데 구단은 “신인들이 팬들과 더욱 친근해지는 경험이 됐으면 하는 측면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이유였다.
더구나 이대호는 선수들을 대표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사인회 참석 선수 명단이 발표되고 나선 비난의 화살은 이대호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사인회는 서준원과 고승민이 자리를 지켰다. kt의 투타 간판인 강백호 이대은이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사인회 현장 초반에는 몇몇 야구팬들은 강백호 이대은의 사인만 받고 서준원과 고승민은 그냥 지나치는 민망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사인회가 열리던 시간 이대호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한 뒤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홈런을 포함해 팀의 득점에 모두 관여하는 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못한 활약이었다. 팀도 이기지 못했고, 팬 서비스 논란은 다시
롯데의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는 누가 뭐래도 이대호이지만, 객관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여러 상황에서 실망스럽기만 하다. 선장도 없고, 조타수도 없다. 롯데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야구의 날 사인회 논란만 봐도 답이 나온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