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개인 기록은 욕심 버렸습니다. 홈런을 제 마음대로 쳤으면, 벌써 30개는 쳤겠죠.”
20(홈런)-20(도루)에 홈런 2개가 모자란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이 덤덤하게 말했다. 최고의 하루를 보내며 국가대표 유격수의 품격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키움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4연승을 달리며 단독 2위 자리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선두 SK와는 3.5경기 차다.
↑ 11일 문학 SK와이번스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고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
김하성은 2회초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후 2사 1루에서 장영석의 우전 적시 2루타 때 홈까지 전력 질주해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1-1로 따라잡힌 3회초 1사 2, 3루의 찬스에서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하성이 해결사 역할을 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려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키움은 3-1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도 좌전 안타를 때려낸 김하성은 팀이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사이드암 구원 투수 박민호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김하성은 이후 김혜성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상대 포수 이재원의 2루 송구가 외야로 벗어난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김하성은 김혜성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아 키움운 추가점을 뽑았다. 사실상 쐐기점이었다.
의미시즌 득점을 107점으로, 타점을 101개로 늘린 김하성은 올 시즌 첫 번째 100타점-100득점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KBO리그 역대 33번째지만, 유격수로는 두 번째다. 유격수 첫 번째 기록은 역시 히어로즈에 몸담았던 강정호(32)다. 강정호는 지난 2014년 달성했다.
경기 후 김하성에게는 기록 달성 질문이 먼저 나왔다. 김하성은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해 기분이 좋다. 혼자 기록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도와줘 가능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맹타의 비결은 휴식이었다. 키움은 전날(10일) SK전이 비로 취소됐다. 김하성은 “경기를 많이 치렀고, 어제 하루 휴식을 취한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됐다”며 “쉬면 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팀은 너무 많은 경기를 치렀다.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김광현과 대결에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묻자 “한 구종을 치겠다는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잘 들어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들뜨지 않겠다. 남은 경기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조금 더 잘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
개인적으로는 홈런 2개만 더 치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도루는 이미 28개를 히고 있다. 김하성은 단호했다. “나도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 그러나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개인 기록은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유격수다운 실력과 의젓함을 모두 갖춘 김하성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