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대학과 고교 선수 위주로 꾸린 야구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야구 불모지 중국에 두 차례나 연속 패하는 등 한국 순수 아마추어 대표팀의 기량이 수준 미달이라는 사실만 확인됐다. 특히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대학야구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학야구의 가야할 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는 쪽이 있는 반면 현실을 직시하고 대학야구의 엘리트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영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0일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3·4위전에서 4-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8로 역전패했다. 야수들이 포구와 송구 등에서 수준 미달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 윤영환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표팀이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
특히 이날 패배로 한국은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최국인 일본을 제외하고 2장의 최종예선 진출권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프리미어12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은 대학선수들과 고교선수들이 주축이었고,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데 대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 자긍심을 심어주고, 특히 침체된 대학야구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대학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앞으로 협회는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태극마크의 사명감을 갖고, 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아마추어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긍심이 아니라 자괴감만 남긴 결과를 얻었다.
대학 선수들의 기량 하락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대학 선수들에 대한 학사 관리가 엄격해졌다. 대학야구는 주말에 경기를 하거나, 방학 때를 이용해 대회를 치르는 실정이다. 십수년 전부터 대어급 고교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프로로 진출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대학야구 기량저하가 문제시됐지만, 경기력을 닦을 수 있는 기회까지 줄어들면서 쇠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야구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긴 하다.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은 무조건 1명 이상 대학 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올해 9월 열린 2020 드래프트부터 시행됐지만, 결과는 전년도보다 대졸 지명선수가 줄어들었다. 대학야구가 일종의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 육성군과 독립야구팀, 대학야구까지 리그를 만드려는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어떻게든 대학야구의 부활 내지는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시선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도 20~30년 대학야구가 인기 있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학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더라도 생존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량 문제와 관련있다.
탈엘리트주의는 대학스포츠의 흐름이 되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 보다는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대학야구부의 문호를 개방해 즐기는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 프로에 가고 싶은 대학선수들은 제도가 아닌 자기 스스로 준비를 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급진적인 의견이라고 비칠 수 있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