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22일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4시간 동안 별의별 일이 일어났다.
특히 9회말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실책, 비디오 판독, 3피트, 퇴장, 파울 홈런, 끝내기 안타가 이어지면서 두 팀의 선수단과 팬이 수시로 희비가 엇갈렸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4회말까지 6실점을 한 키움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6회초부터 거센 반격을 펼쳤다. 6회초 이정후의 내야 안타는 본격적인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 린드블럼은 22일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나 두산 불펜의 방화로 승리투수를 놓쳤다. 그러나 그는 팀 승리에 더 기뻐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두산의 완승으로 끝날 것 같던 흐름이었다. 하지만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이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 묘하게 바뀌었다. 두산 불펜은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은 건 함덕주가 나선 8회초뿐이었다.
린드블럼은 4회초 무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으나 전체적으로 키움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았다. 박병호에게만 안타 2개를 맞았다. 투구수도 90개였다. 한 이닝 정도는 충분히 던질 수 있다.
다만 두산은 몇 가지 고민을 했다. 6회초 이정후, 박병호, 제리 샌즈를 차례로 상대해야 했다. 다음 등판도 고려해야 했다. 로테이션에 따라 린드블럼은 27일 5차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2차전이 열릴 23일은 비 예보가 없으며 3·4·5차전은 고척돔에서 펼쳐진다. 등판 날짜가 미뤄질 가능성은 없다. 두산이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마치지 않는 한.
무엇보다 린드블럼이 100%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린드블럼의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다. 90개도 애매했다. 주자를 남겨두고 불펜을 운용하는 건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체 시점이 적절했다고 강조했다.
린드블럼의 생각도 비슷했다. 5회초 투구 후 교체하기로 코칭스태프와 합의했다. 그는 “내가 좀 더 던져야 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4회초 위기를 극복한 뒤 정신과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5회초를 마치면서 ‘여기까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칭스태프도 같은 의견이었다”라고 말했다.
린드블럼이 교체할 수 있던 건 불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불펜이 (5점 차 리드를) 충분히 막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우리가 원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획대로 하나하나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겼다. 팀이 이긴 만큼 승리투수를 놓친 건 개의치 않다”라고 밝혔다.
↑ 린드블럼(오른쪽)이 22일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회초 만루 위기를 막은 뒤 유격수 김재호(왼쪽)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린드블럼은 “오늘 경기에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떨어지는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거나 아예 유인구로 쓰려 했다. 1회초에는 잘 안 됐으나 2회초부터는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다만 박병호를 상대로 좋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첫 대결(1회초 2사 2루)에서는 볼카운트(3B 1S)가 몰리는 바람에 가운데로 던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타석(4회초 무사 1루)에서도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어떻게 박병호를 상대할지)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린드블럼의 포효도 인상적이었다. 4회초 무사 만루에서 김웅빈을 8구 승부 끝에 범타로 처리한 후 김규민을 병살타로 잡았다. 마운드 위에 있던 린드블럼은 ‘어퍼컷 세리
그는 이에 대해 “4회초는 ‘모멘텀’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를 승부처였다. 동료들 덕분에 막았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나도 흥분했다. 그렇지만 큰 경기에는 (분위기 싸움도 중요해) 보다 솔직히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