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노경은(35)은 ‘현재’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다.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2016년 5월 31일 트레이드로 연을 맺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낯설지 않다. 입고 싶었던 ‘정든’ 유니폼이다.
노경은은 4일 롯데와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옵션 4억원 등 총액 11억원에 계약했다. 2018년 11월 21일 FA 시장에 나왔던 그는 348일 만에 도장을 찍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었다. 2억원의 견해 차이로 롯데와 협상이 결렬된 후 KBO리그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완강한 태도의 구단과 갈등의 골이 깊었다. 몇 차례 만났으나 계약 이야기는 없었다.
↑ 노경은은 1년 만에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그는 롯데 유니폼을 입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노경은은 롯데의 연고지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부산에 남아 야구공을 계속 던지며 버텼다. 그리고 기다렸다.
롯데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성민규 단장 취임 후 노경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경은도 그 손을 잡았다. 그는 “(김종인 사장님과 단장님께서) 내가 전력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계약 규모는 총액 11억원이다. 지난 1월 롯데의 최종 제안(2+1년 23억원)보다 절반이 안 된다. 그렇지만 옵션을 제외한 보장 금액은 각각 7억원과 11억원이다. 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 롯데가 섭섭하지 않게 대우한 셈이다.
노경은은 “내가 돈만 생각했다면 이전(23억원)에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을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는 것이다. 내겐 의미가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보장 금액 차는 크지 않다. 구단이 자존심을 세워줘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노경은이 없던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참담한 성적이었다. 48승 3무 93패(승률 0.340)로 2003년(39승 3무 91패)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이었다. 10개 구단 체제 후 최소 승리 및 최저 승률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평균자책점도 4.8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선수 1명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노경은의 생각도 그렇다. 팀이 더 강해지기 위한 ‘시련’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팀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냥 안 풀리는 시즌이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그런 시즌이 있다. 그렇게 배우고 크는 거다. 후배들이 좋은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다시 뛴다. 허문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판이 바뀌었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새 바람이 분다. 노경은을 향한 시선도 비슷할지 모른다. 1년간 KBO리그 경기를 뛰지 않았다. 2018년 10월 11일 광주 KIA전(6이닝 무실점)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노경은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동의대에서 훈련하며 루틴을 지켜왔다. 실전 경험도 부족하지 않다. 라이브 피칭으로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보명 감독님, 정대현 코치님, 박승완 코치님 등 모든 동의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내가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셨기 때문에 롯데와 계약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을 운동하고 있다. 경기도 곧 뛴다. 호주로 건너가 연말까지 리그 경기를 소화하면서 감각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노경은은 “아무래도 (훈련보다) 리그 경기에서 공을 던지니까 좀 더 낫지 않을까”라며 기대했다.
2020년 노경은은 어떤 활약을 펼칠까. 그는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이닝 이터와 좋은 선배.
노경은은 “(등판하지 않을 때는) 후배를 잘 이끌어주려고 한다. 팀이 내게 바라는 모습일 거다. 팀 내 재능 있는 투수 유망주가 많다. 많이 대화하면서 경험을 전수하
그러면서 그는 “(등판할 때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려고 한다. 불펜에 부담을 덜 주고 싶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