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안준철 기자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오는 16일 맞대결을 펼치는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 사령탑의 신경전에서 김경문(61) 감독이 웃었다. 이나바 아츠노리(47) 일본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10일 일본 도쿄돔호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감독 기자회견에서는 11년전인 2008 베이징올림픽이 언급됐다. 정확히 당시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었다. 한국은 0-2로 뒤지다가 이승엽의 역전홈런에 힘입어 일본을 6-2로 눌렀고, 결승에서 쿠바를 이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예선리그부터 9전 전승 금메달이었다.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령탑이 현 대표팀 감독인 김경문 감독이다. 그리고 이나바 일본 감독은 선수였다. 우익수로 출전했다.
이나바 감독이 먼저 2008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난 선수로 출전했는데, 졌기 때문에 분하고 안타까웠다”고 입을 연 이나바 감독은 “그때 마음을 원동력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고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공식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 호텔에서 열렸다. 김경문 감독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
한국과 일본은 국제대회에서 숙명의 라이벌답게 명승부를 펼쳤다. 보통 일본 야구가 한 수 위라고 하지만, 경기는 대등했고, 한국이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결정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등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은 8회에 약속이라도 한 듯 역전극을 펼쳤다. 그 중심에는 이승엽 현 KBO홍보대사가 있었다.
4년 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도 만난 한국과 일본이지만 역시 한국이 웃었다. 당시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9회 대역전극을 펼치며 결승에 진출해, 미국을 꺾고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공식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 호텔에서 열렸다.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
하지만 신경전은 싱거운 양상으로 끝났다. 역시 김경문 감독은 노련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