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믿음의 야구가 아니라 고집의 야구였다. ‘패장’ 김경문(61) 감독은 단기전 운용의 묘가 떨어졌다. 1년도 남지 않은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는 김경문호의 첫 시험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2회 연속 결승에 오르며 준우승도 차지했다.
김 감독의 중간 평가는 우호적일까. 그렇지 않다. 그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융통성 없는 야구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도자 이력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기전에 약하다’는 오명을 지우지 못했다.
↑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김경문호의 귀국길은 ‘웃음꽃’이 아니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
한국은 이틀 연속 일본에 졌다. 2경기 연속 2점 차 패배였다. 냉정히 말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이 한 수 위였다. 일본은 홈 이점도 가졌다. 4만5000명에 가까운 관중이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다.
일본을 괴롭혔다. 홈런 세 방을 날렸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한국은 일본에 완패했다. 어느 한 부분도 앞서지 못했다.
“이번 일본대표팀에 오타니 쇼헤이 같은 S급 투수 1명은 없으나 A급 투수가 많다”는 한 야구인의 평가처럼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난공불락이 됐다. 한국의 마지막 안타는 5회 선두타자 김상수(삼성)였다. 이후 일본 투수의 탈삼진 쇼가 펼쳐졌다.
동점의 1점을 뽑기 위한 ‘작전’이 없었다. 무조건 강공이었다. 5회 1사 1루에서 시도한 히트 앤 런도 실패했다. 일본이 달아나기 위해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려고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타선부터 무게감이 달랐다. 특히 한국은 중심타선이 무력했다. 아웃이어도 ‘날카로운’ 타구가 없었다.
3~6번 타순에 배치된 김재환(두산), 박병호(키움), 양의지(NC)는 대회 기간 내내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결승에서도 나란히 침묵했다. 타율이 양의지는 0.087, 김재환은 0.160, 박병호는 0.179에 그쳤다.
김 감독은 맹목적으로 이들을 믿었다. 타순 조정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박병호는 4번타자, 양의지는 6번타자였다. 0.150으로 부진했던 박민우(NC)를 결승에서 아예 뺀 것과 대조적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처럼 중요한 순간에 해결해줄 것이라며 신뢰했다. 하지만 이성(데이터)이 아니라 감성(믿음)에 의존한 김 감독은 ‘감’을 잃었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이 아니다. 단 한 경기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홈런왕의 홈런은 0개였으며 타격왕의 안타는 2개뿐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이승엽 SBS 해설위원은 강백호(kt)를 ‘애타게’ 찾았다. 막내지만 가장 매서운 스윙을 한 타자였다. 결승을 앞두고 실시한 타격 훈련에서도 무시무시한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강백호는 너무 늦게 호출돼 딱 한 타석만 섰다.
‘대안’이 없던 것도 아니다. 16일 경기에서 강백호와 같이 멀티히트를 기록한 황재균(kt)은 백업 1루수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박병호가 못 친 홈런도 쳤다. 그러나 벤치에만 있었다.
↑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김경문호의 귀국길은 ‘웃음꽃’이 아니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
세상일이 그렇듯 야구도 계획대로 술술 풀릴 리가 없다. 예상된 흐름이나 임기응변이 부족했다. 김 감독의 고집 야구에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다.
투수 운용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내내 투수 교체 시기가 ‘너무 늦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양현종은 대표팀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지는 투수지만 결승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쓸 카드는 많았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벌떼 야구의 위력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승 3패를 기록했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졌던 프리미어12다. 그러나 냉정하게 행운도 많이 따랐다. 행운도 실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나 진짜 실력이면 끝까지 따랐을 것이다.
단순히 일본에 두 번 졌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고전한 경기가 많았으며 대만에 치욕을 당했다.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 대만을 상대로 한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꿈에 그렸던 ‘본선 진출’만으로 기뻐해야 할 때가 아니다. 내년 여름 도쿄에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 모든 걸 쏟아낸 걸까. 그렇다면 암담하다. 김 감독부터 달라져야 한다. ror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