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잔디를 적신 오늘(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엔 프로축구 K리그1 3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희망의 외침이 울려 퍼졌습니다.
지난 19일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응원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관중석 곳곳엔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유상철은 강하다' 등 응원 문구가 붙었고, 유 감독에 힘을 불어넣는 함성을 보내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홈 관중석을 메운 인천 팬들은 물론 상대 팀인 상주 상무 원정 팬들도 유 감독의 이름을 힘껏 불렀습니다.
경기 시작 전 진행되는 사전 인터뷰에서 취재진을 만난 유 감독은 "팬들도 긴가민가 말씀을 많이 하시고, 정확하지 않은 말들이 오르내리는 게 저나 가족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 일테니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투병 사실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도 받고 힘이 됐다"면서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선수 때도 힘든 시절이 있었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왔으니 지금 이 시간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유 감독은 "저야 알려진 사람이라 이렇게 관심을 받지만, 저와 같은 처지인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보란 듯 완치해서 자리에 있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말을 이어가는 내내 유 감독은 담담했습니다. 경기에 있어서만큼은 "연민을 받고 싶지 않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에게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감독이 아프다고 해서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1도'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운동장에선 그런 것을 지우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경기는 경기일 뿐이니 선수로서 좋은 경기 해서 좋은 결과 가져오자고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30초 박수'와 함께 시작한 경기에서 인천은 후반 교체 투입된 문창진, 케힌데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 유 감독에게 '부임 후 홈 경기 첫 승'이라는 선물을 안겼습니다.
인천의 홈 경기 승리 이후 뒷풀이인 '만세 삼창'을 부임 6개월 만에야 처음으로 함께한 유 감독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습니다.
이후 다시 만난 유 감독은 "만세 삼창을 계속했어야 했는데, 올해 마지막 홈 경기에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겨서 기쁘다"면서 "전반에 답답하고 루즈한 경기에 변화를 준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 경기를 남기고 10위를 지키며 잔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데 대해선 "최종전이 원정인 만큼 강해져야 한다. 이겨내야 한
유감독은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건 지금처럼 운동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라 생각한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잘 이겨내서 다시 운동장에 서게끔 약속드리겠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