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년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키움은 주전 외야수 1명이 없었다. 4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던 10월 26일, 임병욱(24)은 고척스카이돔의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뛸 수 없으나 같이 뛰고 싶은 마음으로 찾았던 그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임병욱의 시즌은 9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끝났다. 6회초 종료 후 김규민과 교체된 그는 더 뛰지 못했다. 정규시즌을 5경기만 남겨둔 시점이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며 수술이 필요했다.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벌어진 10월 7일, 임병욱은 수술대에 올랐다.
“안 다치려고 등번호를 0번으로 바꿨는데 또 다쳤다. 두산전에서 5회초 타격(유격수 땅볼) 후 1루로 뛰는데 무릎 통증을 느꼈다. 5회말 수비 도중 무릎 부위에 소리가 났다. 더 뛰면 안 될 것 같아서 교체했는데 검진 후 연골판이 찢어졌다고 했다. 그래도 상태가 더 심각하지 않아 재활 기간(3개월)이 길지 않다. 다행이다. (장정석) 감독님이 더 아쉬워하셨다.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하니까 수술을 권유하셨다.”
↑ 임병욱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
임병욱은 2018년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였다.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 타율 0.314(35타수 11안타) 1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안타 11개 중 6개가 장타였다. 하지만 2019년 영웅군단의 가을야구에 임병욱은 힘을 보탤 수 없었다. 동료들도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임병욱이다.
“그래도 올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정규시즌 3위에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다. 수술 후 고척돔을 찾았는데 다들 반겨줬다. 코치님도 농담 삼아 같이 뛰자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감사했다. (이)정후가 ‘내 몫까지 해 우승하겠다’는 기사를 봤는데 고마웠다.”
고척돔 개장 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시리즈. 영웅군단도 5년 만에 밟은 무대다. 2014년은 임병욱이 프로에 입문한 해다.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두 번의 한국시리즈를 뛰지 못했다. 더그아웃에 없었을 뿐, 그도 ‘현장’에 있었다.
“정규시즌 한 경기만 이겨도 기분이 좋은데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 상상만 하던 일이다. 뛸 수 없어도 응원하고 싶어서 (한국시리즈 3·4차전이 열린 날) 고척돔을 찾았다.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떨리더라. 동료들이 열심히 뛰었는데 (우승하지 못해) 아쉬웠다. 형들이 ‘네가 없어서 졌어’라고 말하는데 농담이어도 고마웠다. (박)병호 형도 ‘내년에는 끝까지 같이 하자’고 격려해줬다.”
2019시즌은 끝났다. 끝은 곧 시작이다. 2020시즌을 향해 뛰고 있다. 전치 3개월 진단을 받은 임병욱은 재활 중이나 시즌 준비로 바쁘다. 오전 9시 ‘출근’ 도장을 찍고 재활 치료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준비할 게 많다. 임병욱의 정규시즌 성적표는 나빠졌다. 117경기에 나가 타율 0.243 92안타 41타점 39득점 10도루 출루율 0.305로 2018년보다 하락했다. 홈런은 13개에서 0개로 줄었다. 단순히 바뀐 공인구 때문이 아니다.
“(재활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분명 잃은 것도 많지만 더 커다란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핵심적인 부분을 갖고 임한다면 흔들릴 때도 덜 흔들릴 것 같다. 올해는 많이 안 좋았다. 타격폼을 자주 바꿨는데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너무 휘둘릴 정도로 내가 나약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는 편한 마음으로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중심을 잡고 뛴다면 결과도 따라줄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2018년까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적은 한 번이었다. 그러나 올해 사구만 11개였다. 전체 12위로 팀 내 박병호(13개) 다음으로 많았다.
“투수가 내 약점을 노리고 더 안으로 공을 던지니까 사구가 많아졌다. 상대가 신경 쓰고 까다롭게 느끼는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