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2019년 1월28일 김경문(61) 감독이 다시 등장했다. 2018년 중반 NC다이노스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김 감독은 한국 야구의 구원투수가 돼 나타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끈 선동열 감독이 중도사퇴했기 때문이다. 금메달이라는 성과보다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잡음에 선 감독은 생채기만 난 상태였다.
↑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한국 야구대표팀은 혼란에 빠졌다. 폐지됐던 기술위원회가 부활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의 전승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김 감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야구의 목표는 뚜렷했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었다.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하는 야구였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통해 본선행을 노려야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출전국 중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을 제외하고, 대만과 호주에 순위가 앞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김 감독이 지휘한 한국 대표팀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예선라운드를 3전 전승으로 마친 뒤 지난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멕시코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올림픽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다소 혼란스러웠던 대표팀 상황에서 김 감독이 지도력을 앞세워 1차 목표인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에는 후한 점수를 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결승전 포함 일본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한국은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국이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목표가 바로 대회 2연패였다. 김경문 감독도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일본과의 실력 차만 여실히 깨달은 대회가 됐다.
김경문 감독에 대한 지도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비록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지었지만, 대만과의 맞대결에서 0-7 패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최종전과 결승전에서 패하면서 드러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병호(33·키움)를 계속 4번타자로 고수하는 등, 전력 분석 활용과 상대에 따른 맞춤형 기용이 아닌 감독의 직관에 따른 경기 운영이 패착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늘었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과의 야구 트랜드가 변화했는데, 김 감독은 과거에만 젖어있다는 비판이었다.
올림픽에 앞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자위할 법도 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두고 다퉈야 하는 일본과의 격차를 줄일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표팀 전임감독으로서 치른 첫 대회인 프리미어12에서 김경문 감독은 단기전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며 기대의 절반 정도를 충족시킨 김경문 감독의 2020년이 화려하려면, 아쉬움으로 마친 2019년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래야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계속 갖고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