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홍은동) 이상철 기자
췌장암 투병에도 벤치를 지키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1부리그) 잔류를 이끈 유상철 감독은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었다. 하루 뒤 뿌듯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유 감독은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팬과 약속을 지켰다는 게 가장 먼저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부임 당시 절대 2부리그(K리그2)로 강등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단이 하나가 돼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잔류왕’ 인천은 올해도 K리그1에 생존했다. 7승 13무 18패(승점 34)로 10위에 오르며 강등을 피했다.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았다.
↑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11월 30일 경남 FC와의 2019 K리그1 38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잔류에 성공한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1승에 그쳤던 최하위 팀은 뒷심을 발휘했다. 11월 24일 37라운드에서 상주 상무를 2-0으로 이겼으며 1일 경남 FC와의 38라운드 단두대 매치에서는 0-0으로 비겼다. 패할 경우, 11위로 밀려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으나 끝까지 버텨냈다.
유 감독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게 강등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는데 사실 팀을 강등시킨 적이 없다. 어쨌든 그 꼬리표를 떼고 많이 경험하며 배운 시간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성공은 맨 마지막인 목표다. 팀을 맡으면 어떤 콘셉트로 만들지를 우선 생각했다. 인천은 상당히 매력적인 팀이다. 성적이 안 좋아도 많은 팬이 축구장을 찾으신다. 열정이 넘치고 관심도 크다는 의미다. 팀을 잘 만들고 유지하면 FC 서울,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못지않게 더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도자로서 한 계단 올라섰다. 유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대처할 때 여유가 생겼다. 내가 흔들리고 조급하면, 선수들이 불안하고 위축됐을 거다. 감독 경력이 쌓일수록 느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11월 30일 경남 FC와의 2019 K리그1 38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잔류에 성공한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유 감독은 “최종전을 마친 뒤 인천 팬에 감사 인사를 하는데 마지막 약속을 지켜달라는 플래카드가 올라오더라. 가슴이 뭉클했다. 비시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라고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