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새문안로) 이상철 기자
‘감독’ 한용덕(54)과 ‘주장’ 이용규(34). 한때 보고 싶지 않을 만큼 껄끄러웠을지 모를 두 사람은 앞으로 가장 가까이, 그리고 긴밀하게 소통하게 됐다. 한 감독은 새 주장 임명 소식에 웃으며 “환영하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지난 7일 선수단 투표로 2020년 주장으로 선임됐다. 독수리 군단의 주장을 맡은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한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시즌이었다.
상징성이 크다. 선수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동료들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뜻이다. ‘팀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한용덕 한화 감독(왼쪽)은 이용규(오른쪽)의 주장 선임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용규는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3월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구단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단은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즌을 시작한 한화는 각종 악재까지 겹치면서 9위로 추락했다. 전력 외로 분류됐던 이용규도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없었다.
한 감독의 배려 속 구단은 8월 31일 징계를 해제했다. 이용규도 진심 어린 반성으로 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에 사과했다.
한 감독은 이용규의 주장 선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선수 개인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번 사태로 (이용규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개인 위주로 야구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주변을 더 둘러보고 선후배를 두루두루 살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 같다”라며 “난 적극적으로 주장 이용규를 환영한다. 정말 잘된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용규의 시즌 공식 기록은 0경기다. 구단의 징계 해제에도 당장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올 한 해를 서산에서 지냈던 그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운동했다. 교육리그,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그는 2020년을 기약하며 솔선수범의 자세로 구슬땀을 흘렸다.
변화의 계기다. 이용규는 몰랐던 선수들을 알게 됐고, 선수들은 몰랐던 이용규를 보게 됐다. 한 감독은 “그전에는 (이)용규가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2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도 1년 내내 1군 주전 선수를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이번 일로 용규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많이 소통했다. 선수들도 새롭고 달라진 이용규를 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느 곳에서나 화합과 소통은 중요하다. 단체 스포츠 또한 ‘원 팀’이 되지 않고서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없다
한 감독은 “주장의 역할 중 하나가 아래 있는 선수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장 이용규를 환영한다. 감독이 못하는 부분을 용규가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