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성범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2018년 1월 라건아(30·전주KCC)는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더불어 한국 대표로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라는 답변을 했다.
↑ 2019년 라건아는 존중을 잊은 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대중에게 실망을 줬다. 사진=프로농구연맹 |
라건아는 특별귀화 이후 곧바로 한국농구의 대들보가 됐다. 2019년에는 프로농구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성장했다.
친정팀 울산 현대모비스로 돌아온 2018-19시즌에는 리그를 지배했다. 50경기를 출장해, 평균 24.7득점 14.2리바운드로 현대모비스 독주를 주도했다. 따라오는 보상은 당연했다. 2019년 1월 올스타전은 ‘라건아팀’ 대 ‘양홍석팀’이었다. 라건아가 간판이 돼 선수들을 뽑았고 올스타전을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외국선수 MVP-베스트5-수비 5걸을 휩쓸었다. 이후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누르며 챔피언에도 올랐다.
대표팀에서는 독보적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월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 전체 총 득점 1위-리바운드 1위에 오르며 활약을 예고했다. 8월 월드컵 전초전인 4개국 초청 국제대회에서 현역 NBA 선수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였다.
이는 9월 FIBA 중국 농구월드컵에서 5경기 평균 23득점 12.8리바운드로 이어졌다. 나머지 선수들이 부진해 집중 견제를 받은 와중에도 홀로 빛났다. 대표팀은 슈터 부재, 장신 센터 부진하며 라건아에 과도하게 의존했다. 라건아마저 없었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국내·국제에서 고루 활약한 라건아는 2019 대한민국 농구 영웅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존중을 잊은 듯한 사건으로 연이어 실망을 줬다.
8월 4개국 초청 국제대회에서 귀가 도중 경기장 관계자를 폭행했다. 당시 차량 통제를 하던 관계자와 시비가 붙었다. 합의로 사건이 일단락됐으나 경고 및 40시간 사회봉사 징계라는 솜방망이 처벌 역시 논란이 됐다.
2019-20시즌 개막 후에는 두 차례 KBL 징계를 받았다. 10월 13일 서울 삼성과 경기 종료 후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며 농구공을 발로 찬 데 이어 KBL 공식 SNS도 불만 댓글을 달았다. 지난 11월에는 상대 선수에 팔꿈치를 사용해 비신사적 행위로 제재금을 내야 했다.
라건아는 여전히 뜨거운 선수다. 최근 프로농구 최대 고민이었던 흥행 바람도 몰고 왔다. 11월 국가대표 이대성(29)과 함께 전주 KCC로 트레이드된 이후, 전주실내체육관은 매진이 되는 등 관중이 부쩍 늘었다
농구팬과 자라나는 농구 유소년에게 영향력이 있는 선수가 됐다. 누군가는 라건아 때문에 농구를 보고, 농구선수의 꿈을 키울 수도 있다. 대한민국 대표 농구선수로서 책임감이 필요한 2020년이다. mungbean2@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