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선발이요? 자신 있습니다.”
1년 전과 다른 대답이었지만, 자신감은 그대로였다. 김태훈(29·SK와이번스)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김태훈은 또 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년 시즌 헐거워진 SK 선발진을 채워줄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훈은 “내년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보직은 스프링캠프를 지나야 알 수 있다. 저는 하라는 대로 ‘감사합니다’하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 언제나 환한 웃음을 짓는 김태훈. 수술을 받고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인 김태훈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마운드를 갖췄던 SK 투수진이 내년에도 잘 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럴만도 했다. 이번 수술이 벌써 3번째 수술이기 때문이다. 김태훈은 구리 인창고 시절,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고, SK에 입단한 뒤에는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는 “인대접합에 피로골절에 뼛조각까지 제거하는 수술이었다”며 “그 때는 2년 동안 재활만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수술은 큰 부담이 안됐다. 간단한 시술 정도였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광현(31)의 이탈로 김태훈은 유력한 선발 후보로 떠올랐지만, 또 SK 마운드를 다독여야 하는 고참급 선수가 되기도 했다. 김태훈은 “(김)광현이 형이 미국에 가길 기도했다”며 껄껄 웃었다. 은근 선발에 대한 욕심을 나타낸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선배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광현이형하고 전화통화를 좀 했다. ‘어떤 게 좋을 것 같냐’고 물었는데, 내가 자신있는 역할을 맡으면 될 것 같다”며 “이제 광현이 형이 떠나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투수들이 광현이형 빈자리를 잘 메워야 할 것 같다. 후배들을 이끌고 한 시즌 치러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마당쇠 역할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1등 공신 노릇을 충실히 했던 김태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는 마무리 보직으로 새로 시작했다.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마무리 역할을 받고도 밝은 얼굴로 “자신있다”고 했던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김태훈은 “선발도 해보고, 마무리도 해봤다. 투수라면 선발투수나 마무리를 하고 싶은 게 꿈이다”라며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재활을 잘 마치고,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경쟁은 그 다음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감은 넘쳤다. 김태훈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잘할 것 같은 기분이다. 팔도 더 편해져서 던지게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책임감도 커졌기에 2020시즌을 맞는 각오도 남다르다. 김태훈은 지난 7일 후배 김택형(23) 소개로 만난 장유경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김태훈은 “보통 결혼하고 난 뒤 성적이 오르더라. 마음이 무겁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