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노기완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게 2019년은 기적의 한 해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유 감독은 5월 14일 인천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가 된 뒤 세 번째 프로팀이었다. 경력은 화려하지 않았다. 정점을 찍었던 현역 선수 시절과는 달리 지도자 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전 시티즌(2011~2012년)과 전남 드래곤즈(2018년)를 맡았으나 이상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어렵게 얻은 세 번째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인천은 1승 3무 7패(승점 6)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유 감독은 호기롭게 ‘K리그1 잔류’를 공언했다.
부임 초기에는 부진했다. 감독 교체의 극약 처방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유 감독의 초반 10경기 성적은 1승 2무 7패였다.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의 잔류 희망도 점점 그대로 꺼지는 듯했다.
하지만 유 감독의 지휘 아래 인천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7월 2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이기더니 8월 10일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고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으로 주춤했으나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 FC가 동반 부진하면서 잔류 가능성을 키웠다. 그리고 9월 22일 대구 FC전을 시작으로 무패 행진을 달렸다.
결국, 인천은 파이널 라운드 첫 번째 경기였던 10월 19일 성남 FC전에서 1-0으로 이기며 6개월 만에 10위에 올랐다.
인천은 경기 종료 후 눈물까지 펑펑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황달 증세로 유 감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늘 건강했던 그가 아니었다.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인천도 하루 뒤 유 감독의 입원 및 치료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유 감독이 11월 19일 직접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약속을 하나 더 했다. 인천의 K리그1 잔류와 더불어 병마와 싸워 꼭 이기겠다고 밝혔다. 많은 축구인과 축구팬은 유 감독이 17년 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처럼 또 한 편의 기적을 완성하기를 바랐다.
닷새 후 인천은 홈으로 상주 상무를 불러들였다. 인천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홈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인천 팬에 죄송했다던 유 감독은 꼭 승리를 안기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감독이 아니라 팬을 위해 뛸 것을 주문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인천 팬이 경기장을 찾아 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플래카드와 현수막으로 인천을 응원했다. 그 마음이 서로 통한 것일까. 인천은 상주를 2-0으로 꺾으며 홈 승리를 먼저 선물했다.
다음 선물은 잔류였다. 제주의 12위가 확정된 가운데 10위 인천은 11위 경남보다 승점 1이 앞섰다. 유리한 고지였으나 운명의 장난인지, 최종전 상대는 경남이었다. 패배 시 승강 플레이오프의 단두대에 서야 했다.
유 감독과 인천은 11월 30일 경남과의 원정경기에서 고전했다. 경남의 파상 공세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유 감독이 버텨냈듯
유 감독이 만든 감동 드라마는 막을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약속이 남아있다. “보란 듯이 완쾌해 희망을 드리고 싶다”라고 공언한 유 감독이 그 마지막 약속을 꼭 지키길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 dan0925@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