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이상철 기자
“조금 무리했죠.”
김재환(32·두산)은 스스로 판단해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5일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2018년 KBO리그 최우수선수였던 김재환은 메이저리그에 통할 타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포스팅 성공 확률이 낮았다. 2019년 KBO리그 성적이 부진했으며 너무 갑작스럽게 포스팅을 신청했다.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30일 스프링캠프를 하러 호주로 출국했다. 김재환도 선수단과 함께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진(인천공항)=김재현 기자 |
한 달의 시간, 막바지 몇몇 구단과 협상도 가졌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그렇게 메이저리그 진출 ‘첫 번째’ 도전이 좌절됐다.
김재환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물론 나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그냥 포기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허락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도 잔류한 4번타자를 독려했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포스팅 마감 시한을 앞두고) 너무 급하게 추진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잘 준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 (올해도 두산에서) 자기 역할을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김재환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접지 않았다. 그는 “올해 시즌을 치르고 성적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는 항상 꿈이었다. 시즌을 잘 마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다. 잘 준비한다면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라고 포부를 밝혔다.
두산에 남은 김재환은 연봉 6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1년 전보다 8000만원이 삭감됐다. 오름세가 꺾였으나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라고 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뛴다. 2019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9개 구단의 도전을 물리치고 수성해야 한다. 전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하나 4번타자의 각성이 필요하다.
김재환은 “포스팅 실패 후 스프링캠프라고 남다를 건 없다. 이 시기에는 막연히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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