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021년에도 LG트윈스 주전 2루수는 정주현(30)이다. 그 또한 다부진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LG는 꾸준하게 다른 팀과 비교해 2루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정근우는 1년 만에 은퇴했다. 2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안치홍(KIA타이거즈→롯데자이언츠) 최주환(두산베어스→SK와이번스)이 나왔으나 쌍둥이 군단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부의 판단은 부정적인 외부의 시선과 다르다. 류지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2루수’를 콕 집어 이야기했다. “2루수가 취약 포지션이라고 하던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을 끝까지 믿는다.” 정주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 정주현은 2021년에도 LG트윈스의 주전 2루수로 뛴다. 사진=MK스포츠 DB |
정주현에게 2020년은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데뷔 첫 억대 연봉자(1억2500만 원)가 된 그는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로 평가받은 정근우와 경쟁을 이겨내고 주전 2루수가 됐다.
1군 엔트리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적도 없었다. 134경기로 개인 시즌 최다 경기를 소화했다. LG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10월 30일 문학 SK전)는 그의 KBO리그 통산 600번째 경기였다.
2009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36순위로 지명된 내야수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2018년부터 3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다.
정주현은 “2020년 시즌의 최대 수확이 건강이다. 부상 없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완주했다. 그 하나만으로 괜찮은 시즌이었다. 어떻게 하면 안 다치는지, 나만의 몸 관리를 잘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개인 목표는 없었다. 몇 경기를 뛸지도 몰랐던 만큼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정주현은 “팀의 가치, 그리고 순위 상승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솔직히 달리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겨울 때가 많다. 그래도 푹 쉬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나만의 체력을 아끼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끝까지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LG는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를 그르치면서 4위로 미끄러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히어로즈와 혈투를 치른 탓인지 준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힘쓰지 못하고 두산베어스에 밀렸다. 허무한 시즌 종료였다. 류중일 전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 정근우 등이 끝내 우승컵을 들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 정주현(왼쪽)에게 정근우(오른쪽)와 함께 뛴 1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래도 우상이던 정근우와 ‘동료’가 된 건 짧으면서도 긴 인연이 됐다. 정주현은 “어렸을 때부터 근우 형의 팬이었다. 내 롤모델이다. 함께 뛴 건 1년이지만 야구는 물론 외적으로도 진짜 많은 걸 알려줬다. 그 덕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진짜 많이 친해졌다. 내년부터는 근우 형 없이 혼자 해야 하지만 계속 연락하며 지낸다. 그렇게 교류하며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그렇게 (계속) 서로 같이 야구를 하는 거다”라고 힘줘 말했다.
정주현은 134경기를 뛰면서 실책 10개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의 실책은 각각 15개, 13개였다. 수비는 점점 안정되고 있다. 그도 뿌듯해했다.
정주현은 “센터 라인의 내야수다.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고 느낀다. 많이 할수록 좋아지는 게 수비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라고 밝혔다.
류지현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도를 받으면서 수비력이 좋아졌다. 훈련도 있으나 수비 방법, 멘탈 관리 등을 가르쳐주셨다. 내가 더 가까이 가야 하는데 (감독님이 되셔서) 너무 멀어진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로베르토 라모스의 재계약 여부가 관건이나 LG의 내야는 약한 편이 아니다. 3루수 김민성과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력은 경쟁력이 있다.
정주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 기간에) ‘너희가 리그에서 수비를 가장 잘한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나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 잘하는 팀이 수비도 잘한다. 우리 내야 수비가 나쁘지 않다. (김)민성이 형과 (오)지환이는 리그 톱 수준이다. 나만 더 잘하면 될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 수비에 더욱 집중했던 정주현은 타격에도 욕심이 난다고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정주현은 “워낙 안 좋은 타율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수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나) 조금씩 타격도 욕심이 난다”라고 했다.
펀치력은 있다. 시즌 홈런 4개를 날렸다. 정주현의 홈런이 터진 날에 LG는 모두 승리했다. 그는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라고 운을 떼더니 “내년 콘셉트는 출루율이다. 팀이 더 높이 오를 수 있도록 도우려면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배트를 짧게 잡고 출루에만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주하지 않는다. 더 멀리 달리며 더 높이 올라가려는 정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