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김대호 기자
이순철 전 LG 트윈스 감독이 오는 12일 치러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야구협회) 회장에 출마했다. 이순철 전 감독은 “지금까지 야구로부터 받아온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는 출마의 변을 내놨다. ‘평생 야구인’ 이 전 감독이 야구에 봉사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는 현재 SBS 전속 프로야구 해설위원이다. 이 전 감독은 야구협회 회장에 당선되어도 해설위원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물론 야구협회 회장은 겸직이 가능하다. 이전 대부분의 회장들도 겸직을 했다. 거의 기업체 대표나 임원들이었다.
이순철 전 감독의 해설위원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아마추어야구 수장을 맡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야구협회 회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스포츠를 통해 심신을 수련하는 대한민국 학생야구를 육성하고 관장하는 자리다. 국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선수 중 10% 남짓 선택받은 선수들만이 뛰고 있는 프로야구의 해설위원이 아마추어야구 최고 책임자로 과연 어울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야구협회 회장의 프로야구 해설을 우리나라 중-고-대학생 야구선수와 학부모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이순철 전 감독은 생각해 봤는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할 야구협회 회장이 일 년 내내 프로야구 해설을 하고 있다면 그의 진정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 이순철 대한야구협회 회장이 하는 프로야구 해설은 메시지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 관점에 따라 이해충돌 가능성도 매우 높다.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이순철 전 LG 감독이 방송 해설위원을 병행할 의사를 밝혀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
이순철 전 감독은 야구협회 회장에 당선되면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했지만 방송해설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묻고 싶다. 무보수 명예직 야구협회 회장과 고액 연봉의 방송사 해설위원 사이에 우선순위가 놓였을 때 그는 어디를 선택할까.
이 전 감독은 7가지의 공약을 내걸었다. 상투적인 공약 정도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한편으론 방송해설과 이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
이순철 전 감독이 진정 한국아마추어야구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생각이라면 야구협회 회장에 당선될 경우 방송사 해설위원을 그만두겠다고 확실하게 공언하는 것이 맞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