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찬헌(31·LG)이 11년 만에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꿔 성공한 비결은 다양성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간절함이었다.
2019년 봄, 허리 수술로 전력에 이탈한 정찬헌. 그 사이에 쌍둥이 군단의 마무리투수는 ‘세대교체’가 됐다. ‘포스트 오승환’ 고우석이 자리를 잡았다.
2018년 세이브 3위였던 정찬헌은 새 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는 ‘맨 앞’에 섰다. 연투가 힘든 몸 상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더딘 회복 속도를 감안해 신인투수 이민호와 ‘1+1 카드’로 쓰였다.
↑ 정찬헌은 2020년 선발투수로 보직을 변경해 성공의 열매를 맺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19경기(110⅓이닝)에 등판해 7승 4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LG 마운드가 안정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 이에 연봉도 7000만 원이 인상된 2억 원에 서명했다.
정찬헌은 “처음에 선발로 나올 땐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다. 하지만 긴장감보다 설렘이 더 컸다. 팀이 필요한 보직을 내게 맡겨 주시고 배려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라고 돌이켜봤다.
‘변화’도 줬다. 강하고 빠르게 던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찬헌은 기막힌 완급조절로 타자를 공략했다.
그는 “선발투수는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단순한 구속보다는 다양성에 중점을 뒀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각각 다른 스피드로 던졌다. 예를 들면 보통 내 커브는 123~124km정도 나오지만 때에 따라 더 느린 105km로도 던졌다. 스피드의 격차를 주면서 완급조절을 했다. 더 빠르게 던지는 건 어렵지만 완급조절은 쉽다”라고 밝혔다.
‘데이터 야구’도 정찬헌 호투의 밑거름이다. 그는 “사실 (임)찬규가 가장 열심히 연구하고 활용하는 편이다. 나는 찬규보다는 조금 단순하게 접근하다. 경기전에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상대 타자 유형 및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공을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뚝이’였다. 두 번이나 허리 수술을 받고도 다시 일어섰다. 그렇지만 그도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정찬헌은 “사실 두 번째 허리 수술이어서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수술을 해서 더욱 결정하기 힘들었다. 첫 번째 허리 수술을 했을 때 너무 힘든 기억이 많았다. 내가 정말 마운드에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 사실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아내와 컨디셔닝 코치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아 어려운 재활을 포기하지 않고 진행했다. ‘개구리 왕눈이’ 노래도 수없이 들었다.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가사는 정찬헌을 더욱 채찍질했다.
절실한 마음에 등번호까지 26번에서 11번으로 변경했다. 정천헌은 “11번 숫자처럼 내 척추를 꼿꼿하게 잘 잡아주고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에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프로에 입문한 정찬헌은 ‘10승 투수’가 된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보고 싶은 욕심도 없다.
2021년 목표를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