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프로배구가 '로컬룰' 논란으로 연일 뜨겁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 대신 V리그만의 독자 규정을 적용하다가 여러 군데서 파열음이 났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아 혼란만 가중됐습니다.
정규리그 4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어제(26일)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도 잠시 규정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블로커 터치아웃이냐 공격자 터치아웃이냐를 두고 김연경(흥국생명)과 심판이 맞섰습니다.
블로커와 공격수가 동시에 네트 위에 뜬 공을 다투다가 터치 아웃이 됐을 때 어느 팀에 득점을 주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11년간 국외 무대에서 뛴 김연경은 보통 이런 경우 국제대회에나 다른 리그에선 공격자의 득점을 인정한다며 보편적인 FIVB 규정 적용을 주장했습니다.
블로커를 활용해 코트 바깥으로 공을 밀어내는 기술로 흔히 공격자의 지능적인 플레이로 잘 알려진 장면입니다.
그러나 V리그 로컬룰에선 비디오 판독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볼을 터치한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합니다.
판독 결과 가장 마지막으로 볼에 손을 댄 사람이 김연경으로 나타났기에 공격자 터치아웃, 즉 흥국생명의 실점이 선언됐습니다.
김연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동안 항의하다가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은 26일 오후엔 취재진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포지션 폴트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우리카드가 24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오심이라고 항의한 4가지 장면을 바탕으로 사후 판독한 결과 김 본부장은 로컬룰을 적용하면 모두 오심이고, FIVB 규정이라면 모두 정심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도 서브 넣는 선수가 '공을 때리는 순간(타구)'을 포지션 폴트 적용 시점으로 본다는 FIVB 규정 대신 '서버가 공을 올리는 순간'을 포지션 폴트 적용 시점으로 본다는 V리그 독자 규정이 화근이었습니다.
강서브에 대처하기 위해 서브를 받는 선수들은 좀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보다는 공을 공중으로 띄우는 순간부터 움직여야 그나마 대처할 시간을 벌고 세터들은 더 안정적으로 볼을 배달합니다.
이런 이유로 배구연맹은 2018-2019시즌부터 이 로컬룰을 도입했습니다.
판정하기 까다로운 항목 중 캐치볼(볼을 터치하지 않고 손으로 잡는 것) 파울 완화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릅니다. 손으로 거의 볼을 잡아도 파울로 안 부는 경우가 종종 있어 '배구가 핸드볼이 됐다'는 자조도 나옵니다.
배구연맹은
하지만 로컬룰은 배구 기본 규칙인 FIVB 룰에서 벗어나면 혼란만 유발합니다. 한국 남녀 배구의 국제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대 사안입니다.
배구연맹은 이번 시즌 후 로컬룰을 전면 재검토해 불만이 생길 요인을 줄일 예정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