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1실점. 누가 봐도 평범한 성적이다.
하지만 누가 던졌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성적은 두산 장원준이 5일 잠실 SSG전서 기록한 것이다.
장원준에게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 그가 쉼 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좌타자를 잡아야 하는 임무도 맡겨진다. 반대로 투수를 아끼기 위해 긴 이닝을 끌어주길 바랄 때도 장원준은 콜을 받는다. 모든 순간이 팀의 오늘과 내일에 모두 연관이 있다.
↑ 장원준이 불펜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 불펜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등판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 때로는 숨막히는 승부에서도 나오고 때론 맥 빠진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장원준은 늘 꾸준하다. 그의 별명 그대로 '장꾸준'하게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장원준의 평균 자책점은 4.09다. 불펜 투수로서 최소한의 몫은 해내고 있음을 알려주는 숫자다. 그러나 장원준의 존재감은 숫자 그 이상이다.
장원준은 4일 잠실 SSG전서는 두산이 3-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최소 실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장원준은 삼진 1개를 포함해 두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현재 두산에는 마무리 김강률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누군가 9회의 무게감을 버텨줘야 한다.
이승진이 그 몫을 자주 맡고는 있지만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 이날 9회 첫 투수로 장원준이 올랐다는 것은 두산 벤치가 그만큼 장원준을 믿고 있음을 뜻한다.
MK스포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정민태 전 한화 코치는 "전성기 시절보다 구속도 많이 떨어지고, 변화구 날카로움도 예전만 못하지만 베테랑답게 잘 막아줬다. 이제는 중간투수로 기교파가 된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 올라와서 좋은 투구 한 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햇다.
이제 전성기 구위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직 장원준에게는 던질 힘이 남아 있고 숱한 고비를 넘겨왔던 경험이 있다. 그가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할 때도 쓰임새가 있고 그냥 경기를 버텨줘야 할 때도 장원준이 필요하다.
그가 만들어 내는 결과에 아무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장원준이 없었다면 두산은 쓸데 없는 투수 소비가 훨씬 늘어났을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 투수들에게 주어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선발이 완전치 않아 불펜 부담이 큰 두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원준마저 없었다면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성적을 내도 장원준이 해낸 것이라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아니 받아야 한다.
통산 129승 투수의 자존심 따윈 버린 지 오래다. 그저 자신이 필요한 순간이면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공을 던지고 내려 온다. 매 경기 은퇴
분명한 건 아직 두산은 장원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장원준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