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판단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도쿄올림픽 대표팀 얘기만 나오면 류지현 LG트윈스 감독은 조심스럽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토종에이스 차우찬(34) 선발과 관련해서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12일) 선발 등판한 차우찬 선발 질문이 나왔다.
↑ LG 차우찬이 도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16일에 알 수 있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복귀전이었던, 지난 6일 광주 KIA타이거즈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12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승패가 없는 노디시전이었지만, 4회까지는 완벽에 가까웠다. 노히터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고 있다가 5회초 2사 후 2점을 내줬다.
이 경기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직접 지켜봤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올림픽 지역예선 관전을 하고 돌아온 김 감독이 잠실을 찾았다. 차우찬의 몸상태를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김 감독은 미국에서 귀국 후 MK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다녀 오는 동안 하늘에서 선물을 내려주신 것 같다”며 차우찬의 건강한 복귀에 반색했다. 이제 두 눈으로 직접 건재함을 확인했다.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대표팀으로서 차우찬은 정말 하늘에서 준 선물과 같은 존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야구대표팀은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 등 좌완 트로이카가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셋 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새로운 얼굴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구창모 최채흥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전력이 되기엔 기대에 못미친다. 구창모는 왼팔 부상으로 아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재활 단계에서 통증이 재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 시즌 내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희망으로 떠올랐던 최채흥은 구위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며 대표팀과 멀어졌다.
오히려 우완 영건은 풍년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서는 좌완으로 대표팀 중심을 잡아줘야 할 투수가 필요하다.
차우찬은 대표팀 단골손님이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라 젊은 투수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격이다. 더구나 차우찬은 단기전에서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이 가능한 전천후 자원이다. 몸상태만 괜찮다면 유력한 후보다.
그러나 소속팀 LG로서는 고민이다. 아직 두 경기만 던졌고, 무리시킬 수 없는 토종에이스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동안에 휴식을 취하는 게 LG로서는 나을 수밖에 없다.
류지현 감독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 류 감독은 “대표팀은 소속팀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저도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로 선발도 해봤지만, 선수 개개인 의견도 존중해야 하고, 대표팀 전체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차우찬은 1년 동안 재활을 하고 돌아온 선수다. 그 부분을 (김경문 감독님이) 어떻게 판단하실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도 담당 트레이너가 있는데, 각 구단 트레이너와 선수 상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 우리한테도 전화가 왔을 것이다. 그런 절차가 있
류지현 감독이 바라는 ‘현명한 판단’,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 내리는 현명한 판단은 오는 16일 알 수 있게 된다. 16일 김경문 감독은 야구회관에서 직접 24명의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서울 잠실=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