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털어 놓는 이야기지만 야구 국가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속내를 조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김 감독은 구창모의 부재에 좌절했지만 차우찬 복귀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았다.
여기에 이의리를 뽑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맘에 확 와 닿는 좌완 투수가 없는만큼 아예 새로운 세대에 경험을 쌓게 해주고 픈 의지를 엿보였다.
↑ 김진욱이 1군에서 꾸준히 던질 수 있었다면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을수 있었을까. 답은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김 감독은 "김진욱도 이의리에 뒤지지 않는 구위와 힘을 가진 선수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볼 길이 없으니 뽑을 근거도 없다. 1군에서 꾸준하게 던지며 성장하는 투구를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김진욱을 충분히 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김진욱은 프로 데뷔 후 세 경기서 각각 5이닝 6실점(4월9일 키움전)과 3.2이닝 5실점(4월15일 KIA전), 5이닝 5실점(4월21일 두산전)으로 부진했다.
코칭 스태프도 더 이상은 기다려 줄 수 없었다. 특히 승부를 들어가다 맞는 것이 아니라 볼넷으로 주자를 쌓아주다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 불합격의 이유가 됐다.
특히 당시엔 유망주를 1군에서 쓰며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젊은 선수들을 키운다는 방침 자체가 1군에 없었던 시절이다.
당시 적지 않은 전문가가 김진욱에게 좀 더 시간을 주는 것이 좋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진욱은 실전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는 유형의 투수라는 것이었다.
2군에서의 집중력으로는 김진욱을 살리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실전용 선수를 훈련용으로 키우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이 힘을 얻었다.
김경문 감독도 그 중 하나였던 셈이다.
실제 김진욱은 2군 재조정 후 첫 등판이었던 5월30일 NC전서도 3.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후 보직이 불펜으로 바뀌며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일 KT전부터 16일 한화전까지 4경기서 4.2이닝을 던져 1점만 내주는 짠물투를 선보이고 있다. 13일 KIA전서는 1.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볼넷이 줄었다. 4.2이닝서 3개를 내주는데 그쳤다. 이전까지는 17.1이닝 동안 17개를 내준 바 있다.
김진욱이 불펜에서 좋은 공을 던지니 한 번 더 아쉬운 마음이 들게 된다. 진작 불펜에서 실전을 쌓게 만들어 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분명 이의리와 김진욱을 동일 선상에 놓고 판단해 보고자 했었다. 둘의 차이는 김 감독의 시선 안에 있었느냐 밖에 있었느냐의 차이에서 갈렸다.
올림픽은 리그 최고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이 나가는 무대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지만 외국 선수들의 준비 과정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성장에 이 보다 더 좋은 찬스는 없다. 이의리를 그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즌 성적이 3승2패, 평균 자책점 4.04를 기록하고 있으니 아주 멀리
과연 김진욱이 1군 무대에서 버텼다면 이의리를 앞설 수 있는 무언가를 증명해 보일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달라졌을까.
김진욱과 이의리가 앞으로 펼칠 약 20년간의 라이벌전 첫 라운드는 이렇게 이의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