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2020년은 많은 이들에게 '상실의 해'였다. 평소 당연하게 생각해온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할퀴고 간 상처는 컸다.
야구계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60경기지만 시즌을 진행한 메이저리그, 그리고 60인 예비명단에 포함돼 마이너리그를 대신한 훈련 캠프에서 훈련한 선수들은 나은 편이었다. 대다수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뉴욕 양키스 소속 마이너리그 선수 박효준(25)도 그중 한 명이었다. "캠프가 끝나갈 때쯤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트리플A팀 스크랜튼/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 홈구장 PNC필드에서 만난 그는 정신없이 돌아갔던 지난해 3월을 떠올렸다.
↑ 지난 2020년 2월 스프링캠프 경기를 준비중인 박효준의 모습. 그의 캠프는 이후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중단됐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고 불안한 것도 많았다. 심심하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들었다"며 그때를 떠올린 그는 "그래도 버텼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텼다. 최대한 준비를 했다"며 '기약없는 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돌아온 그는 거의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훈련장에서 야구 연습을 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야외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골프도 배우고 친구들도 간간히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복습이었다. "나에 대한 영상을 볼 시간이 많아졌다. 나 자신에 대해 연구하며 더 좋아지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미국에 돌아온 그는 이번 시즌 트리플A에서 24경기 출전, 타율 0.358 출루율 0.514 장타율 0.642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도 준비가 잘된 상태라 자신감은 갖고 있었다"며 말을 이은 그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이 시간들이 (올해 활약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지금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밝힌 그는 "트리플A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대우도 달라지고,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다보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내것에만 집중할 수 있고, 운도 따르면서 결과도 잘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고 있다"며 현재 성적에 대해 말했다.
그에게 배움의 시간은 또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스프링캠프가 그것이다. 초청선수로 빅리그 캠프에 합류한 그는 애런 저지, DJ 르메이유 등 팀의 주전급 선수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도움이 안될 수가 없었다.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계속 보면서 연구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저지나 르메이유같은 경우 경기중 타석이나 연습 때나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 박효준은 2020년의 공백을 잘 극복하고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美 무직)= 김재호 특파원 |
그역시 "묵묵히 내것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설레는 감정은 막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빅리그 콜업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를 물었다.
"매일 (빅리그 콜업을) 상상하지만, 부름을 받는다면 모르겠다. 직접 뛰지 않는 이상 느끼지 못할 거 같다. 상상할 때마다 항상 눈물이 난다. 너무 감격스럽고 그래서 눈물이 난다. 그만큼 간절한 거 같다. 꿈에 가까워지다보니 기대도 되고 그런다."
페이오프피치(payoff
[무직(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