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한 번 서보는 게 꿈이었다고 하더라.”
SSG 랜더스는 지난 22일 LG 트윈스에게 1-14로 졌다. 마운드가 피홈런 7방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주중 3연전 첫 경기부터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9)이 9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을 던지면서 더그아웃이 들썩였고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지난 22일 인천 LG 트윈스전에서 9회초 투수로 등판했던 외야수 김강민.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김 감독은 23일 “사실 김강민을 올릴 생각은 없었지만 서동민의 헤드샷 퇴장 후 하재훈이 2이닝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김강민에게 물어봤는데 본인이 투수로 던져보고 싶다고 하더라.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장에 계신 관중들에게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괜찮을 것 같아 김강민이 투수로 나가게 됐다”고 전날 상황을 설명했다.
김강민은 첫 타자 정주현(31)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김재성(25)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저력을 보여줬다. 최고구속 145km의 직구를 꽂아 넣으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후 김용의(36)를 볼넷을 내준 뒤 이영빈(19)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관중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김 감독은 “김강민이 홈런을 맞은 뒤 화가 난 것 같았다. 이후 100% 힘으로 던지는 게 눈에 보였다”며 “경기는 졌지만 김강민 덕분에 마지막에 더그아웃 분위기는 좋았다. 김강민 등판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강민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들었는데 김강민이 마운드에 한 번 서는 게 꿈이었다고 하더라. 선수들에게도 김강민 투구가 좋은 볼 거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다만 앞으로 야수가 투수로 나서는 경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야수의 투수 등판은 경기가 이미 큰 점수 차로 기울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투수들이 좀 더
김 감독은 “한화 수베로 감독이 야수를 투수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팀은 야수가 투수로 나서는 일이 최대한 없기를 바랐다”며 “앞으로는 전날 같은 상황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