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영하는 올 시즌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현재 1승4패, 평균 자책점 9.82를 기록하고 있다.
16일 삼성전서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6이닝 5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구위는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22일 키움전서 다시 4.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이영하가 슬라이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진=MK스포츠 DB |
의외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영하의 구위가 많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했다. 스피드도 살아나고 있고 회전수도 회복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영하의 무엇이 문제이길래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답은 슬라이더에 있다는 공통된 지적이 있었다. 슬라이더가 살지 못하면서 패스트볼이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영하의 슬라이더는 대단히 위력적인 구위로 꼽혔다.
17승을 거둬 이영하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2019년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04에 불과했다.
이영하의 슬라이더는 피칭 터널이 긴 것이 장점이었다. 거의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종으로 떨어지는 힘을 갖고 있었다. 타자가 구분해 내기 어려운 수준의 예리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슬라이더가 조금씩 무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는 패스트볼과 확연히 구분이 될 정도로 예리함을 잃었다는 평가다.
25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전력 분석원 A는 "이영하의 변화구가 예리함을 잃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구분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슬라이더가 약해지니 패스트볼에 대한 위압감도 사라졌다. 변화구는 버리고 패스트볼만 공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영하의 패스트볼이 150km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지도 않다. 구위가 좋은 패스트볼이라도 노림수를 갖고 치면 맞아 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답은 패스트볼에 있다기 보다는 슬라이더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 팀 전력 분석원 B도 "변화구와 패스트볼의 차이가 크다. 변화구로 상대를 속이기 어려워졌다. 패스트볼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변화구 수준으로는 패스트볼을 살리기 어렵다. 굳이 변화구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구위를 살리는데 모든 초점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구위 보다는 변화구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영하는 최근 경기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6km를 계속 넘겼다. 2019년의 스피드를 되찾았다.
덩달아 볼의 묵직함도 배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맞고 있다.
변화구에 답이 있었다. 변화구가 살아나지 못하며 패스트볼에 대한 노림수를 타자들이 갖게 됐고 이 덫에 게속 걸리며 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영하는 무뎌진 슬라이더를 살려낼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부활도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